김혜수+전지현 시너지를 통해 본 '도둑들'에 왕따가 없었던 이유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8-20 09:42 | 최종수정 2012-08-24 11:03



"'도둑들'에 왕따가 없었던 이유는?"

기센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있다 보면 싸움이 잦다. 서로를 이기기 위한 기싸움이 펼쳐지기 때문. 내가 최고여야 한다. 양보와 배려가 없으면 싸움은 더 커진다. 그러다 보면 생기는 게 있다. 왕따다. 끼리끼리 마음을 합쳐 누군가를 따돌리는 행위다. 누군가를 경쟁 구도에서 끌어내리기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잔인한 폭력 행위다. 왕따는 요즘 우리 사회의 심각한 걱정거리다.

1000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 '도둑들'에도 기센 사람들이 대거 출연한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김수현 등. 하나같이 톱스타들이다. 연출을 맡은 최동훈 감독까지 스타 감독이다. 이들 사이의 기싸움이 벌어졌을 법도 하다. 누군가 왕따가 됐을 수도 있다.

특히 여자 사이의 갈등이 더 무섭다. 내가 더 예뻐야 하고, 내가 더 돋보여야 한다. 서울시가 지난 2009년부터 3년간 청소년상담지원센터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자 청소년들이 왕따, 친구 관계 등 '대인 관계' 고민이 남자 청소년들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여자 청소년 상담자 중 14.5%가 '대인 관계'를 고민거리로 털어놨다. 남자 청소년은 10%였다.

김혜수와 전지현. 국내 최고의 여배우들이다.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남다르다. 최동훈 감독은 "(촬영 전) 솔직히 두 사람이 싸우면 어쩌나 걱정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두 사람은 너무나 잘 지냈다.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인 둘은 친자매 같은 우애를 뽐냈다. 두 사람의 이런 관계는 나란히 앉아 웃고 있는 촬영 현장 스틸컷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덕분에 '도둑들'엔 기싸움도 없었고, 왕따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냥 고개를 숙이고 서로를 떠받들기만 한 건 아니다. 각자가 돋보여야 할 땐 서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혜수는 김윤석과 함께 '도둑들'에서 깊은 감정선을 그려내는 역할을 했다. 김혜수가 없었다면 '도둑들'도 없었다. 전지현은 톡톡 튀는 연기로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전지현 역시 '도둑들' 흥행의 1등 공신이다.

시너지 효과가 대단했다. 김혜수와 전지현은 서로가 있었기 때문에 더 돋보일 수 있었다. 이런 경우가 바로 1+1이 3 또는 4가 되는 케이스다.


이에 대해 전지현은 "많은 배우들이 원톱, 투톱 영화를 하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고 관찰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친해지기 시작했고 친해지는 건 쉬웠다. 우리는 좋은 팀이었다"고 말했다.

김혜수와 '큰 언니' 김해숙은 공통된 얘기를 했다. "함께 한 배우들이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훌륭했다"는 것.

김혜수는 "김해숙 선배님부터 막내 김수현까지 배우로서도 출중했고 인간으로서도 훌륭했다. 진심의 교감이 있었다"고 했고, 김해숙은 "'우릴 성격 보고 뽑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최고, 인간적으로도 최고였다. 그런 사람들과의 작업이 재밌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도둑들'의 캐릭터는 하나, 하나 모두 매력적으로 그려졌다. 누구 한 명이 튀어서 극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경우가 없었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1000만 돌파의 원동력이었다.

한편 개봉 22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달성한 '도둑들'은 역대 흥행 1위 '아바타'의 기록(1362만 4328명) 돌파를 노리고 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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