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미제라블', 27년만에 국내 초연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2-08-23 13:04 | 최종수정 2012-08-23 13:04


◇장발장 역의 정성화. 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자베르 역의 문종원. 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판틴 역의 조정은. 사진제공=(주)레미제라블코리아

'27년의 기다림이 끝난다.'

뮤지컬 역사상 최고의 대작으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의 한국어 초연이 오는 11월 3일 경기도 용인 포은아트홀에서 개막한다. 용인에서 시작해 대구 부산을 거쳐 내년 4월 서울 블루스퀘어에 입성하는 스케줄이다.

해외공연팀의 내한 무대는 두 차례(1996, 2002) 있었지만 한국어 공연은 처음. 지난 1985년 런던에서 초연됐으니 무려 27년 만이다. 이 작품과 더불어 '4대 뮤지컬'로 불리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 '미스 사이공' 등은 이미 여러번 한국어 공연을 한 터라 '레미제라블'에 대한 팬들의 갈증은 그만큼 증폭돼 왔었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토대로 클로드 미쉘 숀버그가 작곡하고, 알랭 부브리가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어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천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손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초연 당시 '티켓이 없으면 훔쳐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껏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되며 60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펼쳐지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서사시를 3시간의 무대로 압축시켰다. 방대한 스토리를 늘어놓는 대신, 주인공 장발장을 비롯해 형사 자베르, 비련의 여인 판틴,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 등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성에 맞는 비장하고, 애절한 멜로디를 드라마틱하게 배치해 놀라운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원 데이 모어(One day more)' '온 마이 오운(On my own)' '아이 드림드 어 드림(I dreamed a dream)' '두 유 히어 더 피플 싱?(Do you hear the people?)' 등 수많은 갈라쇼와 영화, 이벤트 등을 통해 귀에 익은 노래들이 그득하다. 뮤지컬 넘버 전체가 가슴을 울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심과 법, 선과 악의 갈등 속에서 진정한 인간상이란 무엇인가를 탐색한 원작의 정신을 웅장하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담아 각각의 캐릭터들을 살아 숨쉬게 한다. 주제와 음악의 완벽한 조화 덕분에 4대 뮤지컬 가운데 '레미제라블'을 최고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7개월 간의 장기 오디션을 통해 매킨토시가 직접 선택한 배우들 또한 느낌이 좋다. 장발장 역에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우뚝 선 정성화, 그를 뒤쫓는 형사 자베르 역에 '떠오르는 카리스마' 문종원, 고난의 삶 속에서도 순결한 영혼을 지키는 판틴 역에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조정은이 각각 캐스팅됐다. 감초 역인 여관집 떼나르디 부부 역에 임춘길 박준면, 혁명가 앙졸라 역에 김우형 등도 눈길을 끈다. 모두 '원 캐스트'다. 한 역할을 두 세명의 배우가 나눠하는 국내 관행에서 벗어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뮤지컬시장은 소폭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지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이 국내뮤지컬 시장의 확대에 충격파를 줬듯이 '레미제라블' 한국어 초연도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 이상의 작품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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