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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의 기다림이 끝난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고전을 토대로 클로드 미쉘 숀버그가 작곡하고, 알랭 부브리가 노랫말을 만들었다. 이어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천재 프로듀서 카메론 매킨토시의 손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초연 당시 '티켓이 없으면 훔쳐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지금껏 43개국 300개 도시에서 21개 언어로 공연되며 60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역사의 격랑 속에서 펼쳐지는 처절하고 아름다운 서사시를 3시간의 무대로 압축시켰다. 방대한 스토리를 늘어놓는 대신, 주인공 장발장을 비롯해 형사 자베르, 비련의 여인 판틴, 장발장의 양녀 코제트 등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성에 맞는 비장하고, 애절한 멜로디를 드라마틱하게 배치해 놀라운 앙상블을 만들어냈다.
7개월 간의 장기 오디션을 통해 매킨토시가 직접 선택한 배우들 또한 느낌이 좋다. 장발장 역에 최고의 뮤지컬배우로 우뚝 선 정성화, 그를 뒤쫓는 형사 자베르 역에 '떠오르는 카리스마' 문종원, 고난의 삶 속에서도 순결한 영혼을 지키는 판틴 역에 지난해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수상자 조정은이 각각 캐스팅됐다. 감초 역인 여관집 떼나르디 부부 역에 임춘길 박준면, 혁명가 앙졸라 역에 김우형 등도 눈길을 끈다. 모두 '원 캐스트'다. 한 역할을 두 세명의 배우가 나눠하는 국내 관행에서 벗어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국내 뮤지컬시장은 소폭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지난 2001년 '오페라의 유령' 국내 초연이 국내뮤지컬 시장의 확대에 충격파를 줬듯이 '레미제라블' 한국어 초연도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 이상의 작품은 현재로서는 없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말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