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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 사투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MBC '골든타임', KBS2 '해운대 연인들', tvN '응답하라 1997' 등 부산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유례없이 한꺼번에 쏟아지다 보니, 배우들의 사투리 실력에 따라 드라마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심지어 이 드라마들은 모두 같은 날 편성돼 수시로 '비교 평가'의 화살을 맞고 있다.
반면 '해운대 연인들'의 사투리는 연일 입방아에 올랐다. '부산 토박이' 고소라 캐릭터를 연기하는 조여정의 사투리가 어설프게 들렸던 것. 사실성보다는 재치있는 설정과 캐릭터로 승부하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우들의 사투리 연기에 대한 평가가 다소 가혹한 측면이 있다. 앞서 방송을 시작한 '골든타임'과 '응답하라 1997'의 '네이티브 사투리'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안목도 '해운대 연인들'에겐 불리한 환경이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김혜은은 제작발표회에서 "나도 부산 출신이지만 사투리 연기가 어렵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느 작품이든 사투리로 승부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좀 어설프더라도 연기력으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공모자들'의 임창정은 낯선 부산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1개월간 부산으로 '유학'을 갔다고 한다. 평상시에도 부산 출신 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투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KBS2 '드림하이'에서 "이 농약같은 가시나"란 명대사를 남긴 김수현이 드라마를 끝낸 후에도 무의식적으로 사투리로 말했다는 건 유명한 얘기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