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동건 "고소영씨한테 앞으로 애정 표현 많이 하려구요"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8-21 08:22


탤런트 장동건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8.17/

"배우 인생의 2막이 시작된 느낌입니다. 이제 새로운 걸 해볼 수 있겠구나 싶어요."

톱스타 장동건(40)은 SBS 주말특별기획 '신사의 품격'을 통해 대중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갔다.

12년간 남녀노소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기 쉬운 TV 드라마와 연을 맺지 않았던 그가 팬들의 서운함을 한꺼번에 달래줬다. 그것도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었던 낯선 모습을 통해서다.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진 제 모습에 스스로도 식상해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대중과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또 장동건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 같아요."

그러나 12년 만의 복귀인 만큼 부담도 컸다. "드라마로 데뷔를 했지만 오랜만에 현장에 가니 처음엔 어색했어요. 나름 연기를 20년간 했는데 시스템에 잘 적응 못한다고 생각하니 개인적으로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그는 "김은숙 작가의 대사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고 했다. "호흡 끊어 읽는 것까지 대본에 정확히 명시돼 있고 작가가 그 부분을 맞춰주길 원했어요." 그는 김 작가의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초반에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는 현장 스태프의 조언에 힘을 얻었다.

캐릭터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그는 "김도진이 안전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봤다. 다른 친구들은 귀여움으로 커버할 수 있는데 도진만은 저돌적이고 세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다"며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질까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털어놨다.


탤런트 장동건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8.17/
그는 초반 도진이 이수(김하늘)에게 구두를 선물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도진이 장난스러운 모습만 보이다가 비로소 이수에게 진지하게 다가간 장면이잖아요."

화제가 된 노출신 얘기를 꺼내자 그는 멋쩍은 듯 웃으며 뒷이야기를 털어놨다. "자신있게 보여줄 몸 상태가 아니었어요. 몸짱 수준은 아니지만 평소 꾸준히 운동을 하는 편인데 최근 2년간은 거의 못했어요. '마이웨이' 끝나자마자 '위험한 관계' 찍고 연이어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서 헬스클럽을 거의 못 갔어요. 처음엔 셔츠를 다 벗는 거였는데 감독님한테 몸을 보여주면서 '이러니 안 된다'라고 했죠. 10분간 설득 끝에 셔츠 단추를 푸는 선에서 합의를 봤어요."


데뷔 때부터 조각 같은 꽃미남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장동건이다. 그러나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실제로도 중년에 접어든 그는 "HD TV의 위력을 실감했다"며 흘러간 세월을 스스로 인정했다. "1, 2회를 보고 굉장히 놀랐어요. 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촬영 스케줄 때문에 잠 못자고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오는 걸 보고 인력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더 늦기 전에 대중들에게도 이런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봐요. 저도 놀랐으니까요.(웃음)"

그는 원래부터 알고 지내던 김수로, 김민종, 이종혁과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돈독한 친분을 쌓았다. "세 분은 제가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즐겁게 촬영할 수 있게끔 버팀목이 돼줬어요. 세 사람과는 같은 사우나에 다니고 있어요(웃음)." 상대 배우인 김하늘에 대해선 "로맨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친구라 처음엔 내가 많이 의지를 했다. 이수 캐릭터가 연기하기 굉장히 어렵다는 데 다들 공감하고 있었다"며 "현장에서 너무 잘하는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사의 품격'이 한창 방영되던 때 그의 아내인 배우 고소영이 SBS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특히 그가 드라마에서 김하늘과 선보인 백허그 장면을 두고 고소영이 질투심을 폭발시켜 재미를 불러일으켰다.


탤런트 장동건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2.08.17/
"촬영하느라 바빠 다시보기로 봤어요. 재미있더라구요. 고소영씨가 평소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말도 직설적으로 하는 편이라 제 입장에서는 (토크쇼에) 나가는 게 내심 걱정도 됐어요. 하지만 내용도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방송 이후 대중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은 거 같아 기뻐요." 그러면서 그는 "백허그는 안 하려고 안 한 게 아닌데…"라고 말끝은 흐린 뒤 "그게 좋은가? 여자들은 왜 그렇게 백허그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껄껄 웃었다.

김도진과 달리 닭살 애정 행각은 죽어도 못할 것 같다고 말한 그는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많이 배웠으니까 앞으로 의도적으로 자주 하려고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저는 솔직히 연애할 때 닭살스러운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았어요. 여자들의 감정에 대해서는 사실 드라마를 하면서 뒤늦게 알게 된 게 많아요."

고소영은 장동건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동안 모니터는 물론 극중 의상까지도 꼼꼼히 챙겨주는 열의를 보였다. 극중 그가 선보인 패션 아이템이 화제를 불러일으킨 데는 아내의 내조도 한몫했다. "의상도 연기하는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시작하기 전엔 스타일리스트 정윤기씨랑 고소영씨랑 같이 피팅 작업만 반나절 동안 한 적도 있어요."

가족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그는 "보면서 불편한 장면도 많았을 텐데 고소영씨가 드라마가 끝나고 '수고했다'고 하더라"라며 "물론 가끔씩 싫은 소리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반대로 아내가 작품 속에서 멋진 남자 배우와 로맨스를 펼친다면 기분이 어떻겠냐는 질문에 "안 당해봐서 잘 모르겠다. 마음 같아선 이해는 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기분은 안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나를 내려놓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저의 이미지가 그동안 실제보다 너무 무겁게 다가갔던 거 같아요. 좋은 면도 있지만 부담이기도 했어요. 이제 다른 걸 하더라도 대중들에게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아요. 이게 이번 드라마로 제가 얻는 것이기도 합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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