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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 1000만 돌파, 숨은 이유 세 가지 알고보니...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2-08-16 08:49 | 최종수정 2012-08-17 14:22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영화 '도둑들'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개봉한 이 영화는 15일까지 1009만 5387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개봉 22일 만의 기록이다.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등 주연배우들의 연기력과 최동훈 감독의 연출력 등이 합쳐진 결과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훔쳤다. 하지만 이들은 "1000만 관객이 넘을 줄은 몰랐다"고 입을 모은다. "하늘이 점지해주는 것"이라고 할 만큼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1000만이란 숫자가 워낙 어마어마하기 때문. '도둑들'은 어떻게 1000만 관객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도둑들'의 대기록 달성에 힘을 보탠 몇 가지 숨은 이유들을 짚어봤다.


천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천만 카운트다운 이벤트가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렸다. 배우 전지현이 팬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3/
기록적 무더위에 극장 관객 늘어

기록적인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7월 20일부터 8월 10일까지 전국적으로 가축 185만 7347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발생했다. 14명이 폭염 때문에 숨졌다. 지난해 여름 폭염 감시기간(7월 1일~9월 3일) 중 사망자수(6명)의 2배가 넘는다. 서울엔 2008년 폭염특보제가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허다했다.

폭염에 시달리는 시민들로선 시원한 곳을 찾는 것이 당연한 일. 실제로 호텔업계는 때아닌 특수를 누렸다. 서울 시내 주요 특급호텔의 휴가철 객실점유율과 여름 패키지 상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도둑들'의 흥행 역시 폭염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이 시원한 극장으로 피서를 나서면서 전체 관객수가 늘었다. 폭염 외의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지만, 올해 7월 총 관객수(2096만 2907명)는 지난해 7월 총 관객수(1833만 3347명)보다 262만 9560명이 많았다.


천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천만 카운트다운 이벤트가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렸다. 배우 김혜수와 김윤석이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3/
팍팍한 살림살이…가볍고 재밌는 얘기 잘 팔려

폭염 탓에 장바구니 물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작황 악화로 채소값이 급등했다. 어획량이 감소하면서 수산물 가격도 상승했다. 상추, 배추, 시금치, 대파, 오이, 오징어, 갈치 등의 가격이 올랐다.

정부도 물가 안정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조 2022억원으로 계획했던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하반기에 1474억원 늘려 지출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의 극심한 가뭄으로 밀, 옥수수, 콩 등 국제 곡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밀, 옥수수, 콩은 각종 가공식품의 원료인데다가 가축 사료의 원료로도 쓰인다. 주요 식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만큼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문화 현상은 사회를 반영한다. 살림살이가 어려울 땐 진지하고 무거운 얘기보다는 가볍고 재밌는 얘기가 잘 팔린다. '도둑들'은 잘 만들어진 오락 영화다. 충무로표 오락 영화로서 최고 수준이다. '도둑들'이 팍팍한 서민들의 삶에 활력소가 됐던 셈이다.


천만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도둑들'(감독 최동훈)의 천만 카운트다운 이벤트가 13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렸다. 배우 김윤석이 허그 이벤트 중 여성팬을 번쩍 안아들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8.13/
'흥행 도우미' 런던 올림픽

올해 7월 28일부터 8월 13일까진 2012 런던올림픽이 열렸다. 7월 25일에 개봉한 '도둑들'이 한창 흥행에 박차를 가할 시기였다. 애초 런던올림픽은 '도둑들'의 흥행 행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였다. 각종 이슈가 올림픽에 몰리는데다가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대신 집에서 올림픽 경기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런던올림픽은 '도둑들'의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일단 시차가 도움이 됐다. 우리나라와 런던의 시차는 8시간. 대부분의 중요 경기가 늦은 밤이나 새벽에 열렸다. 그러다보니 낮이나 저녁에 극장을 찾는 관객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게다가 늦은 밤까지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 심야 관객수를 늘리는 덴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런던올림픽으로 인해 각종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가 결방했다는 것도 도움이 됐다. 올림픽 기간 동안 스포츠 콘텐츠는 충분했지만,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는 부족했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에 대한 갈증을 '도둑들'이 채워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한편 역대 10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도둑들'을 포함해 6편이다. '도둑들'에 앞서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가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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