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 오브 에이지' 아이 러브 락앤롤!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08-10 16:22



때는 1980년대. 락의 인기가 절정이었던 시절. 가수의 꿈을 가지고 고향 오클라호마를 떠나 LA까지 온 쉐리(줄리안 허프)는 도착하자마자 가방을 소매치기 당해 빈털털이 신세가 되지만, 최고의 락 클럽 버번 룸에서 일하는 청년 드류(디에고 모네타)를 만나 다행히 일자리도 얻게 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바라는대로 꿈만 같은 LA 생활을 시작하게 된 셈. 사랑에 빠진 이 아가씨에게 쇠락해가는 버번 룸의 상황이나, 어떻게든 버번 룸을 없애려는 시장 부인 패트리샤 위트모어(캐서린 제타 존스)의 공격이나 압박은 아웃 오브 안중일 뿐이다. 드이어 자신의 뮤즈를 만난 드류에게도 그건 마찬가지고 말이다.

하지만 꽁냥꽁냥 예뻤던 쉐리와 드류의 사랑에도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의도치 않게 그 위기에 가장 큰 원인 제공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당대 최고 레전설 락 아이콘 스테이시 잭스(톰 크루즈). 오해하기 딱 좋은 타이밍에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스테이시 잭스와 쉐리의 현장 투샷을 목격한 드류는 열폭하며 비뚤어지고, 결국 둘은 결별하게 된다. 대체 스테이시 잭스가 뭘 어떻게 했길래. 얼마나 어마어마하게 대단한 슈퍼 스타이길래 그 착한 남자 드류를 그렇게 변하게 했을까.

난 넘어가지 않겠노라며 다짐해봤자 결국 그에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마성의 섹시남 스테이시 잭스는 진정한 음악을 찾고자 하지만 권태에 쩔어 있는 아슬아슬해 보이는 사람이다. 삼시세끼 주식은 술이요, 쭉쭉빵빵 언니들을 침구 세트들처럼 이용하고 있고, 눈의 초점은 언제나 몽롱하며, 걸음걸이는 흡사 잭 스패로우 선장처럼 비틀비틀 흐느적거린다.

사실 첫 등장부터 살짝 컬처 쇼크이기는 했다. 가장 최근의 기억으로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4>의 너무나도 멋진 이단 헌트였는데, <락 오브 에이지>에서는 혼자서 <행오버>를 찍고 있는 듯한, 비속어지만 정말 '병신미'라는 단어 말고 딱히 표현할 단어가 연상되지 않을 정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스테이시 잭스는 정말 이상한데 안 이상한 아이러니 돋는 캐릭터여서, 톰 크루즈의 이런 과하다 싶은 모습은 처음 봐서 신기했더랬다.


이렇게 말하니 왠지 쉐리, 드류, 스테이시 잭스 3명이 주인공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주인공은 엄연히 쉐리와 드류이다. 그런데 스테이시 잭스가 혼자서 너무 강렬하게 튀는 바람에 그 둘이 확 묻혀버리는 느낌. <락 오브 에이지> 캐스팅도 안 화려한 건 아닌데, 내가 딱히 톰 크루즈의 팬도 아닌데, 이 영화에서는 진심 톰 크루즈 밖에 안 보인다.

영화 자체는 그냥저냥이고, 솔직히 <헤어 스프레이>나 <맘마미아>에 비하면 재미있고 잘 만든 뮤지컬 영화였다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다. 주인공 두 명이 너무 안 보여서 말이다. 특별 조연 정도인 톰 크루즈를 주연으로 생각하고 극장에 찾아가면 실망할 가능성이 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락 오브 에이지>를 그럭저럭 신나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첫째는 톰 크루즈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골 때리는 스테이시 잭스를 톰 크루즈가 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언제 들어도 좋은 명곡들의 힘에 기댄 OST 덕분이다. 아쉬운 점은 한 두개가 아니지만 그래도 귀는 확실히 즐겁고 신났던 영화. 원곡의 포스와는 또 다른 뮤지컬스러운 매력이 있었다.

<토오루 객원기자, 暎芽(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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