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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님은 갔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이라고 쓰고 놀란느님이라 읽음- 의 배트맨 3부작이 끝났다. 결론만 말하자면 정말이지 완전무결한 퍼펙트 엔딩! 오늘 나는 진정 품격 돋는 걸작의 끝을 보았다, 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게, 아니 이보다 더 완벽한 (시리즈의) 결말은 있을 수 없다. 그 긴 러닝타임 내내 어찌나 황송하던지. 극찬에 극찬을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런 배트맨의 위치상 한계가 <다크 나이트>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배트맨 패러디 가면을 쓰고 범죄를 저지르는 일들이 만연해있는 그때, 법으로 정의를 구현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백기사 하비 덴트(아론 에크하트)가 나타나고, 브루스 웨인도 자신의 역할을 하비 덴트에게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조커의 등장으로 하비 덴트가 폭주해서 투 페이스 악당이 되어버리자, 브루스 웨인은 하비 덴트가 가지고 있던 백기사의 이미지와 그 상징을 지키는 대신, 자신은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희생을 자처하고 흑기사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하비 덴트의 거짓된 이미지 메이킹으로 그 어느 때보다 평화로워진, 범죄자 배트맨이 사라진 고담 시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고담시의 그 평화는 역시나 배트맨의 노력과 희생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이번에도 그 사실을 아는 바깥 사람은 고든 뿐이다. 그래서 고든은 불안해한다. 지금 고담의 이 평화는 결국 거짓말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것이니,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 없는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질 수 있음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뭔가 <인셉션> 돋는 캐스팅을 지켜보며 이 많은 등장인물들 가지고 이야기하려다 림보에 빠져 버리면 어쩌나 싶어 불안해했던 것도 역시 민망하게도 기우였다. 새로 등장한 인물들이 죄다 마음에 들어서 이대로 끝이라는 게 너무 아쉬울 지경. 조커는 넘사벽 포스라고 생각하지만 베인도 꽤나 묵직한 위협은 느끼게 해줬고, 마지막까지 긴장시키게 만들었지만 역시나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조토끼, 블레이크(조셉 고든 레빗)도 그러했고, 캣우먼 셀리나 카일(앤 해서웨이)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캣우먼은 정말 별 다섯개! 미셸 파이퍼의 캣우먼이 너무 강렬했던지라 누가 해도 별 감흥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거슨 경기도 오산이었다는 것이 함정(..)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정말 작품성과 오락적인 재미가 환상적으로 균형을 이룬 걸작인 것 같다. 블록버스터 액션 히어로물에 이런 깊은 철학적인 메시지라니.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충격이나 재미는 <다크 나이트> 쪽이 훨씬 강할 수 있겠지만,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결말이 안겨주는 그 충족감과 뿌듯함은 정말! 놀란의 배트맨을 좋아했던 만큼, 아직도 여운이 잘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이 시리즈를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고, 또 아쉽다. 앞으로도 흥미진진한 히어로물은 많겠지만, 그래도 이 시리즈가 여전히 많이 그리워질 듯싶다. 아아, 정말이지 좋았다.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