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 납량특집이 사라졌다! 왜?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7-29 16:49 | 최종수정 2012-08-01 08:19


사진제공=KBS

'전설의 고향'으로 대표되던 납량특집 드라마가 안방극장에서 사라졌다. "내 다리 내놔"를 외치던 외발귀신과 남자의 간을 노리던 백발의 구미호는 자료화면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가 됐다. 극장가에서도 공포영화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여름 무더위엔 오싹한 공포물이 제격이라는 공식은 조만간 용도 폐기될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시청률이다. '납량특집극의 고향' KBS는 지난 2008년 '전설의 고향'을 9년 만에 부활시켰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10년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은 줄곧 부진하다가 구미호의 안타까운 모성애가 펼쳐진 후반부에 들어서야 사랑받았다. MBC도 2009년 '혼'으로 크게 데인 후엔 납량특집극을 만들지 않고 있다. 공포물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장르인 탓에 폭넓은 시청층을 확보하는 데 태생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저조한 시청률에 비해 높은 제작비도 부담이다. 극적인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선 특수효과와 CG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미호와 귀신 같은 한국적인 소재들은 돈이 많이 드는 사극 형태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도 있다. 더구나 사극으로는 PPL 수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들인 CG에 자칫 약간의 허점만 보여도 '유치하다'거나 '허술하다'는 등의 비난에 시달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SBS '추적자 THE CHASER'와 '유령' 같은 장르극이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도 납량특집극이 설 자리를 더욱 비좁게 했다. 이 드라마들은 부조리한 현실 사회를 떠올리게 하는 사건과 소재들을 차용해 권력의 냉정함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을 섬뜩하게 했다. 그 섬뜩한 전율은 납량특집극의 오싹한 공포감을 대체하는 효과를 줬다. '추적자'와 '유령'의 극 전개를 이끄는 주요 코드가 추리, 미스터리라는 점도 납량특집극의 속성과 비슷하다.

올해 상반기에 판타지 드라마들이 유독 많았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MBC '해를 품은 달'은 무속 판타지를 내세웠고 SBS '옥탑방 왕세자'와 MBC '닥터진'은 시간여행을, KBS2 '빅'은 영혼 체인지를 전면에 내걸었다. 시청자들이 판타지 설정에 익숙해지다 못해 식상하게 느끼고 있어, 판타지가 생명인 납량특집극의 매력은 더욱 반감된다. 최근엔 장르드라마의 성공으로 인해 극의 사실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안방극장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판타지도 개연성이 없으면 허무맹랑하다 비판 받기 쉽다는 얘기다. 허구인 걸 알면서도 속아주는 납량특집극이 성공하기가 현실적으로 더 어렵게 됐다.

올 여름 납량특집극의 공백은, 호러를 쏙 빼고 귀신 캐릭터만 빌려온 드라마 두 편이 채울 것으로 보인다. 8월 15일 방송되는 MBC '아랑사또전'은 경남 밀양의 아랑 전설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다. 자신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천방지축 기억실조증 처녀귀신 아랑과 귀신 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까칠 사또 은오가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간판에 '조선시대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라고 내세웠듯 처녀귀신, 옥황상제, 염라대왕을 비롯해 도망간 귀신을 ?는 '추귀' 등 하늘나라 캐릭터가 총출동한다. 역시 MBC에서 선보이는 금요 드라마 '천 번째 남자'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구미호가 나온다. 인간이 되기 위해 마지막 천 번째 간을 찾으려는 구미호 미진과 그녀의 가족들이 사람들 속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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