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 결방 '무한도전'을 지켜주는 시청률 6%의 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4-15 16:55


사진제공=MBC

MBC '무한도전' 없이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2월 4일부터 시작된 결방이 4월 14일까지 계속돼 벌써 11주를 넘겼다. 사상 유례 없는 장기 결방 기록이다.

결방 직전인 1월 28일 방송에서 19.5%(AGB닐슨, 전국기준)였던 시청률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결방 3주차인 2월 18일 방송된 스페셜 편은 9.5% 시청률을 기록하며 3년 만에 한자릿수로 내려앉았고, 3월 10일 방송 이후론 줄곧 시청률 6%대를 멤돌고 있다.

MBC 예능을 대표하는 '무한도전'으로선 굴욕적인 일이지만, 이는 역설적이게도 '무한도전'의 저력을 새삼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주간 '무한도전'은 한 번도 시청률 6%대를 넘어서지 못했지만, 6% 이하로도 떨어지지 않았다. 시청률 6%라는 '철옹성'은 '무한도전'을 지켜주고 지지해준 가장 큰 힘이 됐다.

결방 11주째인 14일 방송도 6.7% 시청률을 나타냈다. 동시간대 방송된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 9.7%, KBS2 '불후의 명곡2'가 8.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2~3% 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같은 날 방송된 MBC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3.3%)과 KBS2 '청춘불패2'(4.0%)보다도 높은 수치다.

시청률 6%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과 '무한도전' 마니아들이 만들어낸 기록이다. '무한도전'은 '무도월드' '무도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충성도 높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을 살펴보면 "시청자들의 볼 권리를 침해한다" "거듭된 결방에 화가 난다"는 비판도 있지만,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 "프로그램이 폐지되지 않는 한 결방을 참을 수 있다" "투정과 걱정보단 기다려주는 미덕이 필요하다"라는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더 크다. 파업에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무한도전'의 결방 결정을 존중한다는 얘기다.

게시판에선 "재방송이지만 다른 프로그램 정상방송보다 더 재미있으니까 보게 된다"는 얘기도 종종 눈에 띈다. '무한도전'은 참신한 기획력과 탄탄한 컨텐츠를 바탕으로 포맷과 내용이 매주 달라지기 때문에 여타 스튜디오물과 달리 각각의 회차마다 생명력이 길다. 장기 결방에도 프로그램이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이유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SNS를 통해 서로 활발히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내는 것도 도움이 됐다. 김태호 PD를 비롯해 하하, 길, 노홍철은 '무한도전'에 대한 그리움을 SNS에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지난 5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무한도전 파업특별판'은 19분 내내 웃음을 유발하며 여전히 '무한도전'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김태호 PD가 "그냥 짧은 안부인사 정도"라고 말했지만, 동영상 공개 전후로 관련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순위에 오르내리는 등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MBC 입장에서도 '무한도전' 재방송이 웬만한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보다 나은 상황이니 굳이 프로그램에 손을 댈 이유가 없다. 지난 1일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파업 기간 '무한도전'의 광고 단가와 판매율은 이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결방 8주 동안 벌어들인 광고 매출액이 약 11억원이나 된다. 지난 2008년 말, 방송사 연대 파업에 동참한 제작진을 대신해 MBC가 크리스마스 특집 '유앤미(You&Me) 콘서트'를 졸속으로 편집해 내보냈다가 시청자들의 원성만 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현 제작진 없이 섣불리 방송 재개를 하기도 어렵다.

15일 현재, MBC 편성표에는 21일에도 '무한도전' 스페셜 편이 고지돼 있다. 12주째 결방이 확실해지고 언제 정상방송이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한도전'을 지켜주는 6%의 시청률이 더 값지게 다가온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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