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드라마, 웬만한 미니시리즈보다 낫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4-02 12:03 | 최종수정 2012-04-03 16:19




TV소설 '복희누나' 사진제공=KBS

MBC '해를 품은 달'이 안방극장을 장악한 사이, 조용하게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다. 이뿐 아니다. MBC 아침드라마 '위험한 여자'와 KBS2 TV소설 '복희누나'의 선전도 눈에 띈다.

시청률만 보면 웬만한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도 훨씬 낫다. 지난 30일 '태양의 신부' 마지막회 전국시청률은 무려 17.5%를 기록했고, 역시 같은 날 종영한 '위험한 여자'도 13%를 나타냈다. '복희누나' 또한 15.5%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시청률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방송된 지상파 프로그램의 시청률 순위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아침드라마들은 모두 상위권에 랭크됐다. '태양의 신부'는 주간 평균시청률(전국기준) 16.9%로 무려 7위에 올랐다. 예능 프로그램인 '일요일이 좋다'와 지상파 3사의 신작 수목극보다도 높은 순위다. '복희누나'는 14.5%로 12위, '위험한 여자'는 13.2%로 16위를 차지했다.

방송시간대가 출근시간과 근무시간에 겹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을 거라고 짐작하기 쉽지만, 아침드라마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타깃 시청층이 확실하다. 주시청층인 주부들의 충성도는 아이돌팬 못지 않다. 여기에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와 달리 방송 시간대가 겹치지 않는 것도 인기의 큰 요인으로 꼽힌다. MBC가 오전 7시 50분부터 40분간 방송한 뒤 SBS가 8시 30분부터 방송하고, KBS가 9시에 방송하는 식이다. 무엇을 볼까 고민할 필요없이 자연스럽게 채널을 돌려가면서 보면 되는 것이다.

아침드라마에 필수요소처럼 가미되는 '막장' 설정도 미니시리즈와는 달리 '논란'으로까지 번지진 않는다.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주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며 대리만족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신부'는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 된 27세 여주인공이 동생 뒷바라지와 가족을 위해 아버지뻘인 62세 재벌가 회장과 결혼하는 설정이 등장했다. 거기에 출생의 비밀과 원한관계, 복수, 재벌가 등 '막장'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췄다. '위험한 여자'도 재벌가 회장이 외도로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을 본처가 기르는 설정으로 시작했다. 회장의 내연녀는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 딸을 낳고, 엄마의 증오를 물려받은 그 딸은 재벌가 회장의 친딸을 향해 복수를 펼쳤다. 욕하면서도 빠져드는 막장 드라마의 묘미에 충실한 것이다.

출연진도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쟁쟁하다. '태양의 신부'엔 장신영 외에도 한진희, 김청, 방은희, 손병호 같은 굵직한 중견배우들과 신인 송유하와 정은우가 고르게 호흡을 맞췄고, '위험한 여자' 역시 고은미, 황보라, 김정현, 여현수, 김보연이 출연했다. '복희누나'에선 장미인애, 류태준, 중견배우 김지영, 견미리, 이효정 등이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아침드라마에 출연했던 한 신인배우 측 관계자는 "아침드라마는 최소 100회 이상, 6개월 가까이 방송된다. 배우 입장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오랜 기간 촬영하면서 연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견배우들과 함께 연기하면서 옆에서 연기를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아침드라마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배우 입장에서도 아침드라마의 주연 자리는 미니시리즈나 주말드라마의 조연 자리보다 훨씬 매력이 있다. 배우로서 자신의 위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2일엔 새로운 아침드라마 2편이 전파를 탔다. 최정윤과 윤희석이 출연하는 MBC '천사의 선택'은 배우자로부터 배신의 상처를 받은 남매가 가족애로 뭉쳐서 사랑과 행복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SBS '내 인생의 단비'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년의 스타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진 후 갑작스럽게 찾아온 과거의 아내와 연인이 아버지의 가족과 갈등을 벌이는 이야기다. 이다희, 심형탁 외에도 이영하, 금보라, 정애리가 출연한다. '천사의 선택'은 전국시청률 8.6%, '내 인생의 단비'는 9.5%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신작 아침드라마들이 전작의 후광을 입어 인기몰이를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