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팬'만 있나? '착한팬'도 있다! '기부+봉사활동' 팬덤 나눔문화 확산 왜?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30 17:02


그래픽: 김변호기자 bhkim@sportschosun.com

최근 스타 팬덤이 기부나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쌀과 연탄 등 생활재 기부부터 공공재 건립까지 다양한 기부 활동을 벌이는 것은 물론, 독거노인 시설과 영유아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 더욱이 K-POP 스타들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들도 이러한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은 유기견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이효리. 사진제공=푸마

최근 스타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사생팬들의 만행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사택(사생팬 전용 택시'를 이용해 24시간 스타를 추적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 도용 및 주택 무단 침입, 절도 행각도 불사하는 이들의 만행은 대중을 경악게 했다. 하지만 이처럼 '나쁜 팬'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연예인을 위해 사회 공헌에 일조하는 '착한 팬'의 선행도 이어지고 있다.


소녀시대 써니.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쌀-연탄 기부부터 공공재 건립까지, '선행' 팬덤 급증

팬들은 스타의 공연이나 뮤지컬 및 방송 출연을 응원하거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등을 축하하기 위해 기부 활동을 벌인다. 팬덤의 규모나 연령대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주로 팬카페 회원이 주축이 돼 자선바자나 경매, 모금 운동을 진행해 기부금을 마련하고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기부 형식도 다양하다. 최근 가장 성행하고 있는 기부 방식은 쌀이나 연탄 화환을 보내는 것. 소녀시대 써니와 슈퍼주니어 규현의 팬들은 멤버들의 뮤지컬 '캐치 미 이프 유 캔' 출연을 기념하며 쌀 7.6톤을 기부했고, 비스트 팬들은 월드투어 '뷰티풀쇼' 개최를 축하하기 위해 5835.9㎏의 쌀 화환과 8036장의 연탄을 기부했다. 이밖에 티아라 동방신기 JYJ 2PM 빅뱅 2NE1 등 수많은 스타의 팬덤이 쌀과 연탄을 기증,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JYJ 박유천. 스포츠조선DB
결식아동이나 입양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주민을 후원하기도 한다. 박재범의 20대 이상 팬 연합 언더그라운드 팬들은 결식 아동과 해외 입양아 후원, 아이티 후원 등으로 57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들은 현재도 어린이재단 월별 기부를 통해 결식아동 후원을 지속하고 있으며, 국제한국인입양봉사회와 분기별 기부 후원을 맺고 해외 입양아들에게 도서 보내기 후원도 진행하고 있다. JYJ 박유천의 이모 팬들은 수해 지역 주민을 위해 1000만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존박. 스포츠조선DB
공공재를 설립하는 팬덤도 있다. 존박의 디씨인사이드 팬들은 도서관을, 이효리 팬덤은 유기 동물 보호소를 각각 건립해 화제를 모았다. 김현중 팬클럽은 '김현중 장학기금'을 설립하기도 했다. 평소 '통 큰' 기부 운동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서태지 팬들은 올 3월 브라질 아마존에 '서태지 숲'을 만들기로 해 즐거운 충격을 안겼다.

이밖에 심장병 어린이 2명과 백혈병 투병 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한 JYJ 김재중 팬클럽, 소아암 투병 어린이의 수술비를 지원한 2AM 조권-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 팬클럽 등 수많은 팬덤이 기부를 진행하고 있다.


김현중. 사진제공=키이스트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력이 있는 성인뿐 아니라 나이 어린 학생 팬들까지 나눔 문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것. 박재범 소녀시대 동방신기 제국의아이들 등의 팬덤은 정기적으로 독거 노인 시설이나 영유아 보호 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또 네이버 해피빈을 통한 기부 운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피빈은 현금 100원으로 콩 하나를 적립할 수 있는데다 메일 및 지식인 답변 등을 통해 무료로 콩을 얻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어린 연령대의 팬들은 용돈을 쪼개거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기부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소녀시대 팬들은 태연과 수영의 생일을 맞아 어린이재단에 해피빈을 기부했고, 박유천 팬 연합도 해피빈을 통해 현금 500만 원과 쌀·라면 등 800만 원 상당의 현물을 기증했다. 이밖에 아이유 샤이니 존박 티아라 등의 팬덤에서도 해피빈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한류 열풍'에 따라 K-POP 스타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해외 팬들도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동방신기 유노윤호 중국 팬들은 한 초등학교에 문구류와 책걸상 등을 기부했고, 태국 팬들도 시각장애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소녀시대 태연 중국 팬도 쓰촨 성의 한 학교에 사전 400여 권을 보낸 바 있다. 원더걸스 베트남 팬덤도 고아 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을 펼쳤다.


빅뱅 지드래곤. 사진제공=CJ
장단점은?

이처럼 팬들이 나눔 문화에 동참하는 것에 대한 시선은 대부분 호의적이다. 특히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게 거액의 '조공'을 했던 일부 어린 팬들까지 봉사활동과 기부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두고 '팬덤이 달라졌다' '보기 좋다' '그 스타에 그 팬덤' '개념 있다'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스타들도 이러한 팬들의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기부 프로그램인 '위드(WITH)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빅뱅 지드래곤은 팬들이 자신의 생일을 기념하며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2000만 원을 기부하자 "감동 받았다"며 5000만 원을 추가 기부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본인이 봉사활동이나 기부에 관심이 있는 스타들은 자신의 팬덤이 기부나 봉사활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면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자신의 팬들에게 봉사활동을 격려하고, 또 팬들의 선행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스타들도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팬덤의 기부 금액이 공개되면서 "내 스타의 이름으로 된 기부액이 다른 스타의 것보다 많아야 한다"는 경쟁의식을 갖는 팬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은 경계할 만한 일로 지적되고 있다.


동방신기 유노윤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팬덤 문화 변화, 왜?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부 및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팬레터나 선물을 보내고, 스타의 뒤를 쫓는 대신 의미 있는 곳에 경비를 사용함으로써 '내 연예인'에게 자랑스러운 팬이 되고 대중에게도 성숙한 팬덤 문화를 보여주자는 것.


원더걸스 선예.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이처럼 팬들의 의식이 변화하게 된 데는 스타들의 노력이 한몫했다. 스타들이 솔선수범하면서 팬들의 의식까지 바꿔놓은 것. 실제로 모교 장학금 지원, 아이티 지진 피해 돕기 성금 500만 원 기부, 서아프리카 개발 지원금 2500만 원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했던 동방신기 유노윤호가 지난해 패션문화매거진 오보이가 진행한 '스타와 함께하는 입양 캠페인'에 참여하며 동물자유연대와 인연을 쌓자, 팬들은 그의 생일에 동물자유연대를 통해 200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또 기부는 물론 독거노인 시설과 보육원, 아이티 등에서 봉사활동을 한 원더걸스 선예의 팬덤은 그가 미국 진출 전 봉사활동을 했던 영유아 보호시설을 찾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제국의아이들. 사진제공=스타제국
팬들의 선행을 독려하는 스타들도 있다. 이효리는 팬들과 함께 유기견 보호 시설을 직접 만들고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고, 제국의아이들은 팬들과 함께하는 봉사 캠프를 추진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연예인은 대중, 특히 청소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그래서 데뷔 전부터 소속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시키며 인성 교육에 힘을 기울인다.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하며 나눔문화가 몸에 밴 연예인들은 데뷔 이후에도 자신이 받은 사랑을 기부나 봉사활동 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려 노력한다. 이러한 모습에 감동한 팬들이 동참하기도 하고, 연예인 스스로 팬들과 봉사활동을 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팬들과 더욱 탄탄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뿌듯함도 느낀다"고 설명했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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