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려원 "백여치 덕분에 절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23 15:50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백여치를 만나고 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고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선 '백여시'로 불린 백여치 덕분에 배우 정려원은 한층 밝아졌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가 연기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펄떡 뛰어다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은데 사실 천하그룹 진시황(이덕화)의 손녀 백여치는 정려원과 너무나도 다른 인물이었다.

"저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였는데 딱 맞게끔 보이게 했다면 성공한 거죠. 재벌집 손녀로 무례한 모습을 보이는 백여치를 시청자들분들께서 어떻게 봐주실 지, 혹시 '미운털'이 박히지나 않을까 걱정도 많았어요. 많은 분들이 욕하실 줄 알았는데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쉽지 않은 과정이었기 때문에 드라마가 끝난 이 시점에서 '잘 살려냈다'도, '잘 살았다'도 아닌 '잘 살아냈다'라는 표현을 쓰고 싶네요."

자신의 감정 표현에 솔직한 백여치와 달리 정려원은 생각이 많고 사람들에게 상처를 잘 받는 소심한 성격이라고 했다. 그러니 극중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던 욕하는 모습을 실제로 연기하기까지 그가 받은 스트레스도 클 수밖에 없었다. 욕 대사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읽어내려가면서도 전혀 티 안나게 연기하려다보디 에너지는 배로 소모됐다. 고된 작업에 픽 하고 쓰러질 것 같은 가녀린 체구이지만 그는 "몸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피곤했었다"고 털어놨다.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저랑 여치랑 같은 점이 있다면 무언가를 느꼈을 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에요. 그런데 그걸 표출하는 방법이 달라요. 전 단도직입적이지 못하고 화를 삭이는 편인데 여치는 마구 내지르는 성격이잖아요. 또 지극히 이기적이구요. 그런 여치를 통해 저를 사랑하는 법을 알았죠. 꼭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가진 것처럼 거절 못하고, 온갖 생각의 레이더를 가동해놓고 피곤하게 살았거든요. 주변에서 좀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줬는데 여치를 만나고 이제 내 생각을 좀 솔직하게 표현해야겠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정려원은 가수 출신 연기자이지만 그 꼬리표가 그리 오래 가진 않았다. 그만큼 연기에 있어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나탈리 포트만을 무지 좋아해요. 그녀가 나오는 작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봤어요. 그녀가 나오기 때문에 그 작품을 보는 셈이죠. 저도 그런 신뢰감을 주고 싶어요. 그럴려면 많이 듣고 보고 배워야 겠죠. 어떤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슬프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에 대해 우리가 공감을 하는 거잖아요. 배우로서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내가 필터가 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살려구요."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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