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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악역'이 '명품 드라마'를 만든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3-23 15:49


사진캡처=MBC

최근에 시청자들의 사랑받은 드라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존재가 바로 '명품 악역'이다. 이들이 악랄해질수록 시청률도 쑥쑥 상승한다. 복수와 권선징악의 카타르시스가 더욱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무시무시한 연기력으로 무장한 악역 캐릭터는 이제 '명품 드라마' 완성을 위한 필수요소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MBC '해를 품은 달'에도 훤과 연우의 로맨스를 방해하는 악역들이 골고루 포진해 있었다. 대왕대비 윤씨(김영애)와 외척세력의 수장 윤대형(김응수) 일파가 그들이다. 특히 윤대형은 첫회부터 선왕의 이복동생 의성군에게 누명을 씌워 직접 자신의 손으로 처결하더니 세자빈 자리에 자신의 딸을 앉히기 위해 연우의 죽음을 사주했다. 극 후반부엔 왕좌를 뒤엎으려는 반란까지 도모하며 극의 긴장을 팽팽하게 당겼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즉각적으로 따라왔다. 어떻게 하면 훤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을까 매번 머리를 맞대고 음모를 꾸미던 영의정 윤대형과 병조판서 한재길(이승형), 도승지 심산(서현철), 호조판서 윤수찬(김승욱) 4인방에게는 '윤대형과 아이들' '악역 F4'라는 애칭까지 붙었다. 윤대형과 러블리를 합친 '윤블리'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이들의 악역 카리스마에 빠진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윤대형을 연기한 김응수는 아침 토크쇼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월화극을 평정했던 SBS '샐러리맨 초한지'에서도 '악역의 전설' 김서형의 '독한 연기'가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상사로 모시던 진시황(이덕화)을 죽이고 그 사실을 덮기 위해 차우희(홍수현)의 죽음을 사주하는 등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모가비 캐릭터는 '명품악역' 계보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모가비의 음모와 악행은 '샐러리맨 초한지'의 시청률이 상승하는 데 동력이 됐다. '아내의 유혹' 신애리와는 또다른 광기를 보여준 김서형은 드라마의 엔딩을 책임지며 주인공 이상의 찬사를 받았다.


사진제공=SBS
또 하나의 명품 드라마 탄생으로 주목받고 있는 MBC '더킹 투하츠'에서도 '신개념' 악역이 등장했다. 22일 방송된 2회에 첫 등장한 김봉구(윤제문)는 공포영화를 방불케하는 섬뜩한 카리스마로 드라마를 장악했다. 다국적 군사복합체의 지주회사 클럽M의 회장직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자마자 '악어의 눈물'을 거둔 김봉구는 아버지를 독살했고, 회장 취임식에서는 괴기스러운 마술쇼까지 선보였다. 관에 사람을 눕히고 칼날이 달린 뚜껑을 덮어버린 후 다시 그 안의 사람이 사라진 걸 공개하면서 빙그레 웃음지을 때는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단순히 '나쁜 놈' 정도가 아닌, 범상치 않은 사이코패스 캐릭터의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시청자 게시판엔 윤제문의 명품 연기를 극찬하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드라마에 '악'을 위한 명분을 부여하면서 캐릭터가 입체적 성격을 갖게 됐다는 점이 악역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샐러리맨 초한지'의 모가비 같은 경우에도 권력과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한국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대변한 캐릭터였다. 모가비의 악행은 현실적인 맥락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었다. 주인공을 곤경에 빠뜨리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던 기존의 악역들과는 차별화된다. 거기에 악역을 맡은 배우들의 소름돋는 연기력 또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3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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