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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장님'은 사라져도 '출생의 비밀'은 영원해?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2-03-18 13:59 | 최종수정 2012-03-19 15:58


사진제공=MBC

국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소재가 바로 재벌2세 '실장님'이나 '본부장님' 그리고 출생의 비밀이다. '한드'의 해외팬들도 지적할 정도라 국내 드라마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와 출생의 비밀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이중 최근에는 '실장님' 코드가 많이 사라지는 추세다. 재벌2세보다는 더 비현실적인 '왕'이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면서 '실장님'의 입지(?)가 점차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출생의 비밀'은 건재한다.

KBS2 주말극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은 주된 소재가 출생의 비밀이다. 어린 시절 해외로 입양된 테리강(유준상)은 옆집 가족이 자신의 실제 가족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생활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넝굴당'에서 테리강이 언제쯤 자신이 방귀남이라는 사실을 알아챌지 궁금해하면서 드라마를 지켜보고 있다. 차윤희가 사실을 모른채 자신의 시어머니인 엄청애(윤여정)와 으르렁대는 모습도 흥미를 자극한다.

MBC 주말극 '신들의 만찬'도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다. 지난 17일 방송한 '신들의 만찬'에서 준영(성유리)은 친아버지인 영범(정동환)과 만났지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며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또 영범에게 신메뉴를 보여주려 왔던 인주(서현진)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보고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최근 종영한 '해를 품은 달'부터 '오늘만 같아라' '내딸 꽃님이' '당신뿐이야' '위험한 여자' 등 이외에도 현재 방송중인 많은 드라마들이 출생의 비밀을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급기야 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에서는 출생의 비밀 패러디가 등장해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5일 방송한 '하이킥3'에서는 강승윤이 드라마 대본을 집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안수정(크리스탈)이 업둥이라고 전제한 후 안종석(이종석)과 사랑에 빠져 집에서 쫓겨난 후 친모인 계란장수를 찾아간 것. 이후 재벌 2세 강승윤을 만난 안수정은 결혼을 약속했지만 둘이 친남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셋이 한꺼번에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황당한 스토리가 전개됐다. 이는 우리나라 드라마에 많이 등장하는 '출생의 비밀'을 풍자한 내용이다.


사진제공=MBC
한 방송 관계자는 "연속극 위주의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오랫동안 끌고 가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때문에 출생의 비밀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에피소드 위주인 해외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을 풀 시간조차 부족하다"며 "때문에 이것은 한국 드라마 시장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문제라고 탓하기 보다는 제작 시스템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것이 더 정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출생의 비밀을 다룬 드라마가 중화권이나 동남아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을 보면 일리가 있는 설명이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이라도 신선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하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나 '해를 품은 달'처럼 출생의 비밀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연속극 시스템과 해외 드라마처럼 에피소드 위주의 드라마 제작을 병행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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