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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곽지민-이영훈 "영화 찍고 무대 인사도 못했지만…"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19 09:09 | 최종수정 2012-03-19 09:19


영화배우 이영훈 곽지민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범상치 않은 영화 속 주인공들이 뭉쳤다.

가출 청소년들을 통해 그들의 꿈과 좌절을 그린 '눈물', 원조교제를 다뤘던 '사마리아' 그리고 동성애 이야기 '후회하지 않아'에서 각기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봉태규, 곽지민, 이영훈. 이들은 영화 '청춘그루브'를 통해 이 시대 청춘을 그려냈다. 곽지민과 이영훈은 언제 막이 내릴 지 모르는 저예산 영화가 처한 안타까운 현실을 뒤로 하고 영화를 위해 쏟은 열정만은 기억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홍대 최고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 램페이지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서 래퍼 민수와 그의 연인이자 보컬인 아라 역을 각각 연기한 이영훈과 곽지민은 어느덧 친한 동료로 변해 있었다. 작품 속에서 찍었던 베드신 얘기부터 꺼내자 서로 장난을 치기 시작한다.

"용기 내서 찍었다"는 곽지민의 말에 이영훈이 "(곽지민이) 너무 잘 하더라. 능숙하게…"라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곽지민은 "나도 무척 긴장이 됐지만 티를 안 냈을 뿐이다. 그런데 (이)영훈오빠가 너무 티를 내 상대적으로 내가 능숙하고 대범한 것처럼 보였던 거다"라며 웃었다.

곽지민과 이영훈은 배우로서 일종의 선입견을 갖게 하는 배우다. 이례적으로 한 영화에 출연한 두 명의 배우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수다스러움에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유쾌한 시간이었다.


영화배우 곽지민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곽지민 "고정관념 깨고 싶다"

곽지민은 19살 어린 나이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 '사마리아'에 출연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첫 작품이 워낙 대중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되면서 그는 이를 뛰어넘는데 다소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첫 작품에서 강한 이미지를 심어줘 조금은 평범하고 연기적으로 힘을 뺀 작품에 출연하면 대중들이 어색하게 받아들인다"며 "이번 영화가 그동안의 고착된 이미지를 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4차원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아라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이면서도 사랑스운 면이 많은 아이에요. 자신을 3인칭으로 칭하는, 어찌보면 때려 주고 싶을 만큼 짜증나는 캐릭터일 수도 있는데, 그걸 조절하는 연기가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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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8살인 곽지민은 동안 배우로도 유명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영화로 데뷔한 이후 출연하는 작품에서 그는 늘 교복을 벗지 않았다. '청춘그루브'는 그런 그에게 첫 성인 연기를 경험하게 해준 셈이다. 더불어 힙합 그룹의 보컬이라는 이색적인 캐릭터 덕분에 노래 실력도 뽐냈다. 그는 "중학생 시절 힙합을 좋아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노토리어스 B.I.G.를 무지 좋아했다"면서 "노래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극중에서는 '메기의 추억'의 영문 버전을 짧게 소화했다. 익숙한 멜로디여서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곽지민은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고 했다. 영화뿐 아니라 브라운관을 통해서도 자주 얼굴을 비추고 싶다는 바람도 컸다. "영화 속 캐릭터 때문인 지 저를 무섭고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봐요. 색안경을 끼고 보는 거 같아 마음이 불편할 때도 많아요. 앞으로는 주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친숙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게요."


영화배우 이영훈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이영훈 "나는 자유로운 영혼"

'독립영화계의 보석 같은 배우'로 불리며 마니아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영훈은 '청춘그루브'가 대중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데 대해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처음부터 저예산, 독립영화라고 분류된 게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관심 밖에 놓인 데 대해 영화에 출연한 배우로서 많이 아쉽다"며 "영화를 찍고 무대 인사를 안 해보긴 이번이 처음이다"라고 아쉬운 속내를 거듭 드러냈다.

영화에서 화려한 랩핑 실력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지만 그는 특별히 음악과는 인연이 없다고 했다. "어릴 적 어린이 합창단원으로 활동했지만 변성기가 지나고 노래와는 멀어졌다"고 말한 그는 영화에 함께 출연한 봉태규가 랩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노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리더 창대 역의 봉태규와는 특별한 인연도 있다. 봉태규가 출연했던 영화 '눈물'의 시나리오가 앞서 그에게 먼저 전달됐던 것. 당시 다른 제목으로 알고 있었던 영화가 '눈물'로 극장에서 개봉되자 그는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작품을 놓친 아쉬움은 이후 출연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로 달랠 수 있었다. 지금은 인기 배우로 거듭난 김남길, 김동욱 등과 출연한 이 영화로 그는 파격적인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그간의 필모그래피 때문에 그가 혹여나 개성파 배우로 성장하길 꿈꾸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선입견에 가깝다. 그는 "배우로서 특별히 추구하는 바가 없다. 길이 남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게 전부다"라고 했다. "저는 순간순간 몰입하는 감정이 좋아요. 그래서 대본 리딩을 할 때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죠. 반면 (곽)지민이는 연기가 안정적이에요."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칭했지만 연기자로서 본인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영리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연기 활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는 성격인 탓에 그는 오토바이와 자동차 외부 디자인에 변화를 주는 '데칼' 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을 열고 최근 사업가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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