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판, "이 사람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 TOP3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14 15:58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장기전이다. 드라마는 초반 시청자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방영 내내 눈밖에 나기 십상이다. 하지만 예능은 처음부터 확 끌어오르는 괴물 같은 프로그램이 있는가 하면 뚝배기처럼 천천히 달아오르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도 한 번 탄력을 받으면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 것도 예능이 갖는 속성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게 바로 사람이다. 출연진의 활약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패가 갈리는 것. 드라마는 주연배우가 '발연기'를 해도 화제성이 있거나 스토리가 탄탄할 경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기량이 운명을 좌우한다.

MBC 예능국의 한 PD는 "예능에서는 진행자가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진행자의 재능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호동과 유재석에게 고액의 출연료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출연료가 아깝지 않은, '이 사람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인물들'이 등장했다.

'1박2일'의 차태현과 'K팝스타'의 양현석, '힐링캠프'의 한혜진이 바로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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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1박2일' 차태현 때문에 본다!

만약 차태현이 없었다면 KBS2 '해피선데이-1박2일' 시즌2는 지금쯤 어떤 평가를 얻고 있을 지 자못 궁금하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1박2일' 시즌2는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줬다. 출연진의 부진을 지적하기 전에 5년 가까이 유지돼온 포맷에 조금의 변화도 주지 않고 시즌1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인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의 첫 생방송 경연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불평 속에서도 '1박2일'을 시청했다는 우스갯소리마저 들린다. 일요일 동시간대 마땅히 볼 프로그램이 없어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혹평 속에서도 차태현에 대한 대중의 높은 호감도가 '1박2일'을 살리고 있다. 차태현은 특유의 유쾌하고 재기넘치는 모습을 '1박2일'을 통해 극대화시키고 있다. 머리를 감는 김종민을 괴롭히는 '악당' 캐릭터여도 차태현이기 때문에 밉지 않고, 능청스러움이 도가 지나쳐도 오히려 귀엽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태현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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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생방송, 양현석의 훈훈한 심사평이 살렸다!

실력파 참가자들과 대형 기획사인 YG, JYP, SM엔터테인먼트의 참여로 화제를 모은 SBS 'K팝스타'가 생방송 경연이 시작되면서 예상치 못한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일 방송은 첫 생방송 무대에 긴장한 탓인지 참가자들의 실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와 함께 음향, 심사기준 등 여러 문제를 노출하며 시청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 같은 불안함 속에서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양현석의 위트있는 유머가 곁들여진 심사평이 화제를 낳고 있다. 양현석은 김나윤이 '나는 문제없어'를 부르자 "'나는 문제없어'라는 노래가 김나윤양과 왜 이렇게 잘 어울리죠. 무슨 문제 있어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또 미국에서 온 김나윤을 두고 "교포들이 내는 특유의 발음이 있다"며 직접 흉내를 내기도 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인 박진영이 전문성을 내세운 심사평으로 차별화를 꾀한 반면 양현석은 참가자들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차분하면서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심사평으로 'K팝스타'의 분위기를 한층 훈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1일 방송에서 김나윤이 최종 탈락을 하자 그는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가사를 인용, 꿈을 향해 전진해나갈 김나윤을 격려하기도 했다.

생방송 무대에 대한 긴장감에 혹평까지 더해지면서 큰 부담감을 떠안은 참가자들과 제작진에게 양현석의 진솔한 멘트가 힘이 돼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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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독설가, 한혜진이 있어 기쁘지 아니한가?

브라운관에서 늘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한혜진에게 이 같이 놀라운 반전의 매력이 있을 줄이야.

한혜진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통해 여배우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트렸다. 진중한 성품과 똑 부러지는 이미지로만 기억돼온 그가 '귀여운 독설가'로 단번에 변신했다. 또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그러나 다소 말하기 껄끄러운 내용을 콕 짚어내면서도 상대의 기분을 충분히 헤아려 주는 능숙한 진행솜씨를 뽐내기도 한다. 더욱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유명 정치인들에게 거침없이 별명을 붙여주는 그만의 순발력은 예능 MC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신비주의를 추구할 것 같은 화려한 외모의 여배우가 친근함은 물론이고 전문 예능 MC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예능감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힐링캠프'의 최영인 CP는 "한혜진이 '야심만만'에 출연해 토크를 하는 것을 보고 가능성을 알아봤다"며 "한혜진이 입담이 좋은 MC는 아니지만 게스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잘 들어주기 때문에 그만큼 핵심 포인트를 잘 짚어낸다"고 말했다. 이경규도 김제동도 하기 어려워하는 질문을 서슴없이 꺼내는 그의 용기 덕에 시청자들의 기쁨도 커지는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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