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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게임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결합돼 있는 등 연관산업의 경제유발효과가 크기 때문에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게다가 대형 쇼핑몰에는 어김없이 수백대의 게임기를 갖춘 아케이드 게임장이 입점,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중국 광저우 파주전시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아케이드 게임 전시회 'CIAE 2012'에서 한국과 대비되는 중국 게임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오감을 만족시킨다!
리듬액션, 총쏘기, 레이싱 게임 등을 비롯해 각종 라이드물, 3D-4D 상영관, 리뎀션(경품지급) 게임 등 전세대를 아우르는 아케이드 게임물이 대거 선보였다. 포커나 카지노 등 성인용 게임기는 배제됐음에도, 게임 콘텐츠로 오감을 자극하는 각종 체감형 게임기의 종류는 다양했다.
마치 대형 화면 앞에서 4~6명이 함께 즐기는 네트워크형 게임, 입체 안경을 쓰고 격투나 레이싱을 즐기는 3D 게임, 공을 던져 몬스터를 맞히는 터치형 게임 등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에서 적용되는 최신 기술들이 모두 구현돼 관람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
'바다이야기', 운명을 갈랐다!
현장에서 만난 중국 최대 아케이드 게임 퍼블리셔인 화립과기의 수베니 회장은 "중국 아케이드 시장 규모는 150억~200억위안에 이른다. 온라인 게임의 절반 수준이다. 매년 성장세는 30%에 이른다"며 "정부에선 청소년 게임기에 관해선 업계 자율적인 심의기준에 따르기만 하면 출시에 전혀 제약이 없다. 또 산업단지를 따로 조성해주고, 대형 쇼핑몰 입주를 적극 장려하는 등 다양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한국에선 '아케이드=바다이야기'라는 낙인이 찍혀 성인용 게임은 물론 청소년용 게임 시장도 설자리를 잃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 시장 규모도 16분의 1로 대폭 축소됐다. 전시회를 찾은 세종대 김동현 교수(컴퓨터공학과)는 "화립과기의 수 회장은 5년전만 해도 국내 세운상가 등을 뒤지며 중고 게임기를 구매했다"며 "오히려 한국 업체들이 중국 회사들의 하청을 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주객이 완전히 전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임 주무부서인 문화관광부 게임산업과 강용민 사무관도 "처음 전시회를 찾았는데 중국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성장세에 놀랐다"며 "중국 정부와 업체들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산업을 성장시키는 모습에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
상황이 이러니 한국 업체들은 이번 전시회에 독립 부스로 참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시회에서 가장 인기를 모았던 리듬액션게임 '댄스코어'는 한국 회사인 크레노바가 JYP나 SM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와 음원 계약을 맺고 만든 게임기이다. 뮤직비디오를 풀HD 화면에 선보이는 동시에 발과 손을 이용한 독특한 리듬액션 방식을 도입, K-POP의 인기에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게임한류'를 수출하고 있다.
또 다른 한국 회사인 KMFIX는 놀이기구 '디스코팡팡'을 중국 2대 회사인 유니스를 통해 3년간 300대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의 이종명 대표는 "대당 가격이 3억원이 넘는데, 기술력 차이로 아직 중국 업체들의 진입장벽은 크다"며 "뛰어난 콘텐츠를 앞세운 고급형 아케이드 게임기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앵그리버드' '프루트닌자' 등 스마트폰에서 큰 인기를 모은 타이틀을 활용한 게임기는 여러 회사에서 선보였지만, 독창적인 타이틀의 게임기는 거의 없고 리듬액션게임에서 쓰이는 음악이 대부분 K-POP이나 팝송일 정도로 콘텐츠 제작 측면에선 중국은 여전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주대 김민규 교수(문화콘텐츠학과)는 "여전히 수준차가 나는 콘텐츠 우위를 게임기에 접목시켜야 한다. 또 거대한 중국 시장을 마치 내수 시장처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며 "중국처럼 온가족이 즐기는 대형 게임장이 활성화되면, 리뎀션 게임이나 네트워크형 게임 등 국내에서 금지시키고 있는 것들을 건전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진입 규제는 풀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격한 제재를 가한다면 아케이드 게임산업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광저우(중국)=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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