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덕분에 통쾌했어요!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2-03-14 11:51


취직이라고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초라한 스펙 때문에 기죽고, 직장내 왕따로 고통받는 비정한 현실을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SBS 월화극 '샐러리맨 초한지'가 13일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 샐러리맨들의 애환과 성공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는 인기 사극의 그늘에 가려 좀 처럼 힘을 못 받고 있는 현대극에 모처럼 단비 같은 효과를 불어넣었다.

'코믹 기업드라마'를 표방했지만 단순히 웃음 코드로만 승부하지 않았고, 한 여자를 두고 두 남자가 연적 관계를 형성하는 진부한 러브라인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후반부로 가면서 권력다툼을 비중있게 다뤄 다소 무리한 설정이 가미되기도 했지만 '샐러리맨 초한지'는 안방극장에서 근래 보기 드문 신선함을 안겼다.

현대극인 데도 사극과 겹쳐보이고, 코믹인 데도 묵직함이 묻어 나오는 변종 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준 '샐러리맨 초한지'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사진제공=SBS
원작 소설 비틀기의 독특한 재미

'샐러리맨 초한지'는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대결을 그린 중국 역사 소설 '초한지(楚漢志)'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고전 비틀기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순과 잘못된 기업 문화를 통렬히 비판하는 과감함을 선보였다. 무거운 현실을 다루면서 웃음 코드를 끌어들인 것은 '샐러리맨 초한지'가 가진 영민함인 셈이다. 이 드라마가 고전 '초한지'에서 모티브를 따오자 소설을 읽은 시청자들에겐 원작과 드라마의 내용을 비교 분석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최항우 그놈은 이겨야하지 않겠어?"라며 유방(이범수)을 돕는 천하그룹 최고의 브레인 장량(김일우)의 캐릭터가 소설에서와는 어떻게 달리 묘사되는 지부터 드라마의 결말을 소설과 연결짓는 움직임까지 열혈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드라마 관계자는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지적하며 불만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이 생갭다 많았다"며 "이 또한 드라마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투리에 욕까지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

'샐러리맨 초한지'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 어느 작품보다 빛났다.

'외과의사 봉달희' '온에어' '자이언트'에 이어 4연속 흥행 홈런을 친 이범수는 브라운관에서는 처음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구수한 사투리에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특유의 표정연기로 배꼽 빠지는 웃음을 선사했다. 여주인공 정려원도 안하무인에 제멋대로인 백여치 캐릭터를 물 만난 고기처럼 파닥파닥 살려내면서 연기자로서 재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이후 마땅한 흥행작이 없어 고심해온 그는 이번 작품으로 그간의 설움을 모두 털어냈다.

드라마 관계자는 "정려원이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는 인기상을 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흥행에 대한 갈증이 컸던 셈인데 이번 작품으로 그 한을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욕망의 화신' 모가비 역의 김서형이 소름 돋는 악녀 연기로 눈길을 모았고, 정겨운 홍수현 이덕화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멋진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흥행에 힘을 실어줬다.


스포츠조선DB
'에필로그' 등 새로운 시도로 화려한 볼거리

'샐러리맨 초한지'는 2010년 40%대의 시청률로 화려하게 막을 내린 SBS '자이언트'의 장영철 · 정경순 작가-유인식 PD 콤비와 주연배우 이범수가 다시 뭉친 작품이다.

그러나 자기복제가 아닌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드라마 속 드라마'로 불리던 에필로그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반응을 얻었다. 본편에서 담지 못한 스토리를 풀어내면서도 마치 촬영장 뒷얘기를 보여주는 듯한 분위기를 살려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 것. 13일 마지막회에서도 유방이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고 젊음을 유지한다는 내용의 에필로그를 선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는 과거 유방이 정체도 모른 채 복용한 불로장생 약 덕분에 일어난 일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또한 여주인공 백여치가 내뱉는 욕을 '삐' 효과음으로 처리하는 식의 기발한 연출을 선보이는 등 '샐러리맨 초한지'는 그간의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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