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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非)예능인들의 예능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MBC '우리들의 일밤-탐험남녀'에도 비예능인들이 대거 합류한다. 배우 오만석과 윤정희, 강동호가 처음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4일 첫선을 보인 KBS2 '1박2일' 시즌2의 새 멤버 4명은 모두 비예능인이다. 김승우 차태현 성시경 주원 등 배우들과 가수로 채워져 있다. 여기서 개그맨 출신으로 전문 예능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멤버는 이수근이 유일하다. '런닝맨' '남자의 자격' '청춘불패2' 등 배우와 가수 등 비예능인들이 대거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이 밖에도 많다.
더욱이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 같은 노래 경연 프로그램은 가수들이 전면에 나선다. 여기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루면서 일반인 출연자들로 꾸며지는 프로그램까지 이미 포화 상태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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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 이어 지난 2008년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 '패밀리가 떴다' 등 리얼 버라이어티가 예능 삼국지를 형성하며 시작된 '예능 르네상스'는 바야흐로 방송가의 판도를 흔들어놓았다. 과거 주로 인기 드라마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기자들이 화제가 됐다면 이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 배출한 스타들이 방송가를 주름잡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무한도전'의 정재형, '1박2일'의 김정태를 비롯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뜨거운 화제몰이를 한 뒤 본업에서 시너지를 내는 이들이 늘자 이제는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비예능인까지 예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가 많지 않은 가수들과 연기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중들에게 호감을 얻고자 하는 배우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이는 자칫 방송의 불균형을 초래할 위험도 따르게 된다. 상대적으로 예능인의 활동 공간이 좁아지는 문제도 있겠지만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해치고 쏠림 현상까지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전문 예능인이 아닐 경우 지금처럼 경연이나 리얼 버라이어티 형식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또는 '굿 리스너(good listener)'의 역할에 한정된 토크쇼를 이끌어가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성공을 거두면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연예인들의 예능 진출이 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소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KBS2 '해피투게더3'가 김준호를 비롯해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들을 보조 MC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 역할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그콘서트' '코미디 빅리그' 등이 인기를 끌면서 코미디 전성시대가 다시 도래했다고 하지만 개그맨들의 버라이어티 진입로가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고, 앨범을 발매한다고 갑작스럽게 하차하는 일이 잦아져 골머리를 앓기보다 강호동과 유재석과 같은 대형 버라이어티 스타를 양성하는 일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