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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서 K-POP을 들을까?
지리적으로 가장 먼 곳이지만 이곳엔 한국 가수들이 부른 K-POP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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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가 열린 테아트로 콘포리칸은 전설적인 헤비메탈 그룹 콘(Korn)과 최근 엑스재팬이 공연한 장소로 이날 3000여 팬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팬들은 공연 시작 나흘 전부터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공연장 앞에서 노숙을 시작했고, 공연 당일에는 1㎞ 가까이 길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관객 중에는 남성팬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팬들은 공연 시작을 앞두고 '사랑스러운 나의 사람'이란 뜻의 "미 이히또 리꼬(Mi hijito Rico)"를 동시에 외치며 JYJ에게 힘을 실어줬다.
JYJ 역시 지난해 4월부터 월드투어를 통해 13개 넘는 도시에서 공연을 가졌지만 칠레 공연에 대한 각오는 남달랐다. '엠프티(empty)'로 팬들과의 첫 만남을 알린 데 이어 '피에로', '에이 걸', '비 마이 걸' 등을 잇달아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불렀다. 학수고대하던 JYJ를 직접 목격한 한 팬은 실신해 공연장 밖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JYJ는 남미 공연을 위해 '겟 아웃'의 노래를 새롭게 편곡해 최근 유행하는 셔플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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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미에서까지 K-POP을 들을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들은 한국어로 "사랑해 사랑해"를 외치고 JYJ의 '지켜줄게' '찾았다' 등의 한국어 노래를 그대로 따라 부르기도 했다. 또 JYJ를 응원하는 각종 한글 플래카드를 보여주는 등 마치 한국에서 콘서트를 여는 듯한 착각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은 최고 7만 페소(약 16만원)에서 최하 2만 페소(약 4만8000원)로 칠레의 월 최저 임금이 50만원대임을 감안한다면 어린 학생들에겐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럼에도 3000여 팬들이 공연장을 찾아 K-POP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CNN 칠레의 스테브로즈 마티오즈 기자는 "언어를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K-POP의 리듬이 귀에 잘 들리는 점이 매력적이다. 특히 K-POP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가사가 매우 흥미롭다"고 그 매력을 전했다.
공연장에서 만난 18세의 사무엘 아쿠나(Samuel Acuna) 양은 "고등학교 한 반에 대부분이 K-POP을 들어봤을 것이다. 절반 정도가 가끔 듣는 정도이고 반에서 3명 정도는 열정적인 K-POP 팬이다"며 "JYJ의 노래는 듣기만 해도 좋지만 그들의 퍼포먼스가 더해지면 더욱 환상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듣기도, 따라하기도, 커버댄스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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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가 다른 남미 국가들보다 K-POP에 대한 사랑이 더 뜨거운 것은 높은 인터넷 보급률 덕분이기도 하다. 이는 해외 팬들이 아직은 K-POP을 주로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접하기 때문이다.
JYJ의 이번 칠레 콘서트는 K-POP이 남미 내에서 더욱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장밋빛 미래를 보여줬다. 팬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그동안 좋아했던 가수를 직접 봤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주위에서 여흥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남미에서 K-POP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칠레 내 K-POP 팬은 약 2만에서 3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주로 15~25세로, 여자 남자 할 것 없이 다 좋아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현지 언론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그 첫 걸음으로 한국 가수들의 CD가 남미 지역에 정식 유통 되어야 할 것을 주장했다. 칠레 메가 TV의 펄리나 쎌이페다 기자는 "현재 팬들은 정품 CD가 수입되지 않아 인터넷으로 정상가의 10배인 300~400달러를 지불하고 구입하고 있다. CD가 저렴한 정식 유통된다면 K-POP의 인기는 더욱 빠르게 퍼질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 한국 가수들은 스페인어를 쓰는 팬들을 고려한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사용하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산티아고(칠레)=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