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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소리가 그치질 않았다. 진중한 줄로만 알았지만, 유머 감각도 수준급이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맹활약 중인 배우 조성하. "의외의 모습이 많다"고 하자 "이제는 내가 '멍텅구리'라고 소문이 좀 나지 않았냐"며 껄껄 웃었다. 조성하의 솔직담백한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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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다른 부서는 미팅을 1주일에 한두 번 시켜준다는데 연극반은 네 번 이상 시켜준다고 했어요.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하지만 고심 끝에 들어간 연극반은 기대와는 달랐다.
조성하는 "처음 돈을 받고 데뷔했던 건 군대를 갔다 와서 했던 뮤지컬"이라고 밝혔다.
"군대를 갔다 와서 남경주 선배님을 통해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근데 몇 년을 생각을 했는데 뮤지컬 배우가 되려면 적어도 1m80 이상의 신체 조건에 무조건 노래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팔다리도 짧고 노래도 못해서 때려치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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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장사에 택시 운전까지
가난한 연극배우 시절,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조성하는 "누구나 다 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며 "내가 볼 땐 안 특이하다"고 했다. 하지만 배추 장사, 화분 장사, 경보기 판매에 택시 운전까지, '범상치 않은' 업종들이다.
"택시 운전은 사실 택시를 타면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어요. 많은 사람의 파일이 내 머릿속에 들어올수록 더 풍부한 캐릭터를 창조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이상적인 꿈을 안고 시작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어요. 술 취한 사람, 싸움 거는 사람, 인생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을 주로 만나다 보니 쉽지 않았죠."
어려운 시절을 거쳐 이제는 대중에게 어느 정도 얼굴을 알렸다. 최근 1~2년 사이였다. "그전까진 신인배우로서 열심히 갈고 닦았죠. 신인치고는 얼굴이 좀 됐지만…"이라고 웃어 보인 조성하는 "(얼굴이 알려졌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나 스스로는 달라진 것이 없어요. 다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주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겠죠. 특히 아내가 많이 좋아해요. 요즘 펄쩍펄쩍 뛰고 있어요. 운동이 저절로 되죠, 하하. 앞으로 엔돌핀을 좀 더 제공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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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개봉한 영화 '화차'는 조성하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46세의 중견 배우 조성하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다.
사라진 약혼녀(김민희)를 찾아 나선 남자(이선균)와 전직 형사(조성하)가 그녀의 모든 것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미스터리물이다.
오랜 노력 끝에 얻은 결과물인 만큼 감정이 남다를 터. 하지만 조성하는 담담했다.
"특별한 감정보다는 그릇이 커질수록 담아야 할 게 많잖아요. 그러다 보니 투자되는 시간이나 노력에 대한 책임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스태프나 배우들과 더 많이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명품 주연'으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딘 조성하는 "연기는 환상적인 마술"이라고 말했다.
"신이 천지창조를 했듯, 연기도 사람을 만들고 언어를 만들고 감정을 만드는 작업이거든요. 무궁무진한 환상의 세계인 것 같아요. 또 좋은 영화를 만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의 감흥을 불러일으켜 낼 수도 있잖아요. 전 연기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연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 남에게 감동을 줄 수 없죠."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