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K팝스타' 잘나가는데, '일밤'은 뭐하니?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3-05 11:38



MBC 예능의 상징적 존재였던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이 2주째 편성표에서 증발됐다. KBS2 '1박2일'이 시즌2로 새롭게 출항하고, SBS 'K팝스타'가 생방송 경연을 시작한 4일, '일밤'만 '나홀로' 실종 상태였다.

이날 MBC는 '일밤' 시간에 설특집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대회'를 재방송했다. 1부는 전국 시청률 2.4%(AGB닐슨미디어리서치), 2부는 2.3%를 기록했다. 애국가 시청률에 맞먹는 '굴욕'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제작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지만 여러번 재방송을 했던 '아이돌 육상 수영 선수권대회'를 일요일 황금시간대에 3시간 가까이 재방송한 건,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저버린 무책임한 편성이었다. "전파낭비 하지 말고 차라리 영화를 방송하지 그랬냐"는 시청자들의 비난이 과하지 않다.

경쟁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리모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일밤'은 아직도 암흑 속을 헤매고 있다. 1월 30일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이후 '일밤'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코너는 대체 인력이 투입돼 시즌1의 마지막 경연과 총결산을 3주간 내보냈다. 형제코너 '룰루랄라'도 지난 달 19일 '나가수'와 함께 최종편을 방송하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그후엔 후속 코너를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2주째 재방송으로 때웠다.

그러나 '일밤'의 개편 작업도 순조롭지 않다. '나가수'의 산파였던 김영희 PD가 다시 돌아와 '나가수 시즌2'를 준비하고 있지만, 김PD와 손발을 맞춰야 할 PD들이 파업 중이라 현재로선 제작진 구성조차도 버거운 상황이다. 거기에 프로그램 성패의 핵심인 출연진 캐스팅 작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즌1부터 섭외에 공을 들였던 이승철이 시즌2 출연에 대해 고사의 뜻을 분명히 밝힌 데 이어, 출연을 조율하던 몇몇 가수들도 불참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작진 구성부터 캐스팅까지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3월 중순 첫 방송을 내보내려던 '나가수 시즌2'는 결국 방송 시기를 5월로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밤'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MBC는 결국 외주제작사 코엔미디어에 SOS를 요청했다. '일밤'이 외주제작사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건 1981년 '일밤'이 탄생한 이후 30년만에 처음이다. 예능 왕국을 자처했던 MBC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코엔미디어는 '농부가'와 '탐험남녀' 코너를 준비하고 있다. '농부가'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시골 마을을 홍보하는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프로그램이고, '탐험남녀'는 남녀 연예인이 성역할을 바꿔 다양한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코엔미디어 측은 무슨 일이 있어도 11일에 방송을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프로그램의 출연진 구성조차 전해진 내용이 없다.

파업을 탓하기엔 MBC 측의 편성표 '땜질'이 너무나 엉성하다. 그러다 구멍만 더 커질까 우려스럽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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