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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와의 인터뷰라기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형동생 사이의 대화와 같은 느낌이었다. "억지로 꾸미는 것을 못한다"는 그의 말대로 사람 냄새가 풀풀 났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하정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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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으로 많이 찍는다기보다는 배우가 쉬지 않고 찍어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큰 배우가 되기 위해 작품을 통해 연마하고 깨달음을 맞이해야죠. 뭘 가진 게 있다고 안배하고 좋은 것만 보여주겠습니까?"
'충무로 대세' 하정우의 입에서 나온 "뭘 가진 게 있다고"란 말은 다소 의외였다. 막강 티켓파워에 출중한 연기력까지 갖춘 하정우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각광받는 배우 중 한 명이다. "관객들은 이미 하정우를 '큰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자 "부끄럽다"고 했다. "더 열심히 해나가야죠. 제가 하는 것 이상으로 저한테 후한 점수를 주시는 것 같아요. 제 생각과 관객들의 생각의 간극을 줄여나가야죠."
"아직은 전성시대가 아니죠. 배우가 그래도 나이 40은 넘어야 인생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선 굵은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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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 영화 '러브픽션'에서 공효진과 호흡을 맞췄다. 연애 한 번 못해본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의 연애담을 그린 영화다. 하정우는 공효진과의 호흡에 대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좋았다"고 했다. 특히 극 중 겨드랑이털 분장까지 하면서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 공효진을 높이 평가했다.
"겨드랑이털을 단다는 게 여배우로서 용기를 내야 하는 부분인데 그걸 뛰어넘어서 캐릭터에 밀착해서 이용하고 즐기더라고요. '야, 다르긴 뭔가 다르구나' 싶었어요. 또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면서 서로 재밌어하는 부분이 비슷했어요. 그런 점 때문에 신뢰감을 가질 수 있었고 촬영도 수월했어요."
'찰떡궁합'의 두 사람은 외형적으로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두 사람 모두 '임자'가 따로 있지만, 실제 연인과 같은 자연스러운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정우는 모델 구은애와, 공효진은 배우 류승범과 열애 중이다.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좋죠. 연기 같지 않고 사랑스러워 보인다는 것은 이 영화에서 정말 큰 장점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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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는 매력적인 배우다. 때로는 냉혹한 살인마로, 때로는 친근한 이웃집 청년으로 자유자재로 변신한다. 스스로의 매력 포인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어떤 매력을 가졌다고 내세우기보다는 저는 사람처럼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좋은 인성을 가진 좋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제 매력이자 장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은 하정우만의 연기관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캐릭터를 디자인할 때도 똑같아요. 어떤 사람은 캐릭터의 외형적인 것에 신경을 쓰겠지만 저는 그 사람의 인간적인 매력이 뭐가 있을까, 그 이면이 더 궁금해요."
하정우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최고의 스승'으로 아버지를 꼽았다. 널리 알려졌듯 하정우는 배우 김용건의 아들이다.
"이렇게 잘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영향이 가장 컸죠. 아버지가 제 나이 때 어떻게 일을 하셨는지 봐왔기 때문에 뭔가 불확실한 시기엔 그런 면에서 힘을 받고 의지를 합니다. 그다음엔 승부욕이 참 세다는 제 성향도 있겠죠. 또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리길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은 성향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