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기생을 통해서 본 중국사- '중국창기사'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2-03-01 13:07


[새책] 기생을 통해서 본 중국사- '중국창기사'


"백낙천이 재임할 때에는 항상 10여 명의 기녀를 대동하고 서호와 무구사서 밤놀이를 하였다. 그리고 놀이의 시를 지었다. 이로 볼 때 그는 산수에서 놀며 시를 쓰는 것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고 기녀들과 사랑에 탐닉하였던 것이다. 당나라 때는 창기와 함께 자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 없었다. 이 때문에 관리들이 야유회를 좋아했다." (205쪽)

"원나라 말엽 순제(順帝)의 황음 행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기강이 점차 해이해져 몽골인과 색목인들은 동화되었다. 이에 창기(娼妓)사업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346쪽)

'중국 창기사'(왕서노지음, 신현규 역, 어문학사)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책은 중국의 역사를 기생을 통해서 보는 번역서이다. 권력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던 창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시대별로 조명했다. 그 시대 권력자들의 생애와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창기와 역대 제왕들의 숨겨진 일화, 창기가 기형적인 형태로 번창하면서 달라진 사회의 풍습, 변질되는 사회 제도, 민간인들의 타락한 생활 풍속 등이 다양한 사료들과 함께 제시되어 있다. 사학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창기들의 자취들이 화대 제도, 화장술의 변화, 남긴 문예작품 등을 통해 세세하게 드러난다.

창기 제도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사회 여건과 사노예, 여악(女樂), 관창(官娼) 등 창기의 분화를 다루고 있다. 또 당대의 고급 관리들이 요구하는 유창의 기풍이 왜 달라졌는지 등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역사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를 이끌어내지 않고 창기들의 숨겨진 기예와 명석한 지혜를 칭송하고 이를 조명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지식인들과 권력을 거머쥔 관리들은 너나할 것 없이 걸출한 기녀들을 항시 곁에 두고 있었다. 곡(曲)을 노래하거나, 사(詞) 혹은 시(詩)를 짓는 기녀들은 재주와 미모가 뛰어나 사방팔방으로 널리 이름을 떨칠 정도였다.

조연여(趙燕如), 경편편(景翩翩), 마상란(馬湘蘭), 조채희(趙彩姬), 주무하(朱無瑕) 등은 문화와 예술을 사랑한 기녀였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작품성은 물론 그 시대의 아픔과 절망감을 엿볼 수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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