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과몰입에 빠진 정부?'
교과부 이주호 장관은 최근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연령별 시간제한' '쿨링오프제' 등 다양한 규제안을 들고 나왔다. 나이별로 게임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두는 '연령별 시간제한'을 살짝 흘려 여론의 동향을 살폈는데 큰 논란에 휩싸이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게임을 잠시 멈추게 하는 '쿨링오프제'를 제안한 것. 내달 초 학교폭력 종합대책에서 구체적인 안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교과부가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새로운 디지털 놀이문화인 게임을 '사회악'으로 몰고가는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게임과 학교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연관성도 없는 상황에서, 소수의 결과를 바탕으로 거꾸로 원인을 유추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
사실 최근 몇년간 게임은 이 땅에서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의 근원으로 낙인찍혀 왔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사전 규제가 국내외적으로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도 불구, 유독 게임에 대해선 게임물등급위원회를 통해 1차적으로 걸러낸 후에도 셧다운제라는 유례없는 규제책으로 옥죄고 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어린이나 청소년에 대한 관할권을 조금이라도 가진 정부 부처들이 문제가 터졌을 경우 게임은 손쉽게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문화적 자기결정권,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됐다며 청소년단체 등에 의해 헌법소원까지 제기된 상태다.
'게임 과몰입'과 사회 문제에 대한 연관성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 게임과몰입 상담치료센터는 개소 6개월간의 성과를 발표했는데, 센터를 찾은 과반수 이상이 의외로 청소년이 아닌 성인들이었다는 것. 센터가 개설된 중앙대병원의 한덕현 교수는 "전체 상담자의 80% 이상이 '할 일이 없어 게임에 빠졌다'는 답변을 했다. 즉 게임 과몰입의 판단 기준은 개인의 성장환경과 가족관계, 성향 등에 의해 차이가 있는데 이를 예단하거나 편향적으로 판단하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으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기 보다는, 여러가지 결함적 원인으로 인해 '게임 과몰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가 된다.
향후에 게임의 문화적, 사회적, 교육적, 산업적 가치와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주무부처의 일원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보통신부 부활이 언급되는 상황에서, 게임 산업을 다른 부처로 이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서서히 나오는 상황. 여기에 게임사들이 억울함만 호소하지 말고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정부와 함께 과몰입이 심각한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예방, 치료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확대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