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지인인 C군은 흔히 말하는 완벽남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에, 30대 후반이라 믿어지지 않는 동안에, 연금 덕에 노후걱정 없는 부모님에, 씀씀이도 소박해 모아놓은 돈도 꽤 된다. 게다가 책도 많이 읽고 영화나 음악도 다양하게 즐기기 때문에 이야기 거리도 항상 풍부하다. 약속 시간 한 번 어긴 적 없는 성실함이나 예의 바르고 다른 사람 배려할 줄 아는 매너는 또 어떻고.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우리는 그녀가 나이 차가 10살쯤 나는 20대 '어린 여자'거나 초절정 미인이거나 바디라인이 돋보이는 섹시녀일 거라고 상상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나와 엇비슷한 30대에, 쭉 뻗거나 눈에 띄게 날씬하지도 않은 아주 평범한 외모였던 것이다. 물론 조곤조곤 말하는 맵시나 사람들과 쉽게 어우러지는 게 매력적이긴 했지만 C군의 조건이나 배경, 성격을 따지자면 오히려 여자가 좀더 뒤떨어져 보였다.
C군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도대체 어떤 점이 좋아, 뭐가 그렇게 매력 있어?" C군은 특유의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는 날 진짜 남자로 만들어."
C군의 말에 따르면, 이 여자와는 자꾸만 자꾸만 섹스를 하고 싶어진단다. 한 번 하고 난 뒤에도 또 하고 싶고 그만큼 몸도 흥분한다는 것이다. 수시로 그녀와의 섹스가 떠오르고, 다른 여자와 만날 때보다 서너 번을 더 해도 몸이 지치지 않는단다. "그녀는 내 섹스에 대해서 칭찬도 잘하고, 나와 섹스하는 게 좋다고 먼저 날 '덮치기'도 하고, 밤새 나를 조물락거리기도 하고, 내가 살짝 손만 대도 쉽게 흥분하거든. 마치 20대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아."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이란 결국 남녀가 평생 한 침대를 쓰는 것. 눈에 콩깍지가 벗겨지는 게 6개월, 사랑이 식는 데 3년이라면 그 나머지는 서로 한 침대에서 잠들고 싶어하는 힘, 서로를 남자로 또 여자로 존재하게 하는 성적 매력 아닐까. 두 사람은 그런 점에서 소울메이트일지도.
그들이 진심으로 부러운 만큼 한숨이 흘러나왔다. 속궁합이 정말 잘 맞는 애인을 만난 지가 언제인지, 아, 나도 나를 진짜 여자로 만드는 남자를 좀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