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스토리]'무한도전-나름 가수다', 또 하나의 레전드 썼다. 그러나 진한 아쉬움은?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1-08 13:43 | 최종수정 2012-01-08 15:35


사진캡처=MBC

MBC '무한도전'이 '나는 가수다'의 형식과 내용을 빌려온 '나름 가수다' 특집으로 또 한편의 '레전드'를 썼다. 7일 방송된 '나름 가수다' 최종경연 편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무한도전'의 도전정신을 또 한번 업그레이드시킨 최고의 무대였다.

이날 경연의 주제는 7명의 멤버가 그동안 발표했던 노래들을 서로 바꾸어 부르는 것으로, 멤버들과 절친한 동료 뮤지션들이 편곡과 공연에 참여해 색다른 무대를 연출했다. 이미 익숙한 '무한도전'의 노래들이 편곡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 즐겁고 흥미로웠다. 여러 가요제와 특별공연 등을 통해 무대경험을 꽤 많이 쌓았음에도 멤버들이 경연을 앞두고 식은 땀을 흘리고 마이크를 쥔 손을 떠는 모습에선 그들의 진심과 진정성이 전해졌다.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를 직접 개사해 '키 큰 노총각 이야기'로 바꾸어 부른 정준하는 첫 번째 순서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화려한 무대 연출 대신 진심을 담은 가사와 열창으로 1등을 차지했다. '바보가 바보에게'를 레게풍으로 편곡한 하하가 7위로 가장 최하위였지만, 이날의 MC 정재형의 말처럼 레게 음악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과 도전은 '무한도전' 속에서 구축한 그만의 음악세계를 엿보게 했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뮤지션임에도 5위에 호명되자 크게 기뻐한 길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청중평가단 600명의 선택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지만, 이날 공연에서 순위 자체가 크게 의미 있는 게 아니란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결과가 궁금해지고 순위가 발표되던 순간에 절로 긴장됐던 건 '나름 가수다'가 '나는 가수다'의 단순 패러디 이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음악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고, 멤버마다 개성도 뚜렷했다. 그들은 '나름 가수'가 아니라, '진짜 가수' 같았다. 유재석은 업그레이드된 복고풍 무대를 선보였고, 길과 개리-정인은 힙합으로 객석을 달궜다.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던 정형돈의 '영계백숙'은 원곡자 윤종신에게 "아티스트 반열에 올랐다"는 칭찬을 받았다. 경쟁이 유발한 긴장감 속에서도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무한도전'은 입증했다.

이날 방송은 3년 3개월 만에 시청률 20%를 넘겼고, 공연곡은 각종 음원사이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시청자들과 동료들의 호평이 쏟아진 것은 물론, 멤버 본인들도 크게 만족하고 있다. 개리는 "무한도전 멤버들은 천재다"라고 극찬했고, 길도 "수많은 공연을 해왔지만, 이렇게 눈물, 웃음, 감동, 에너지, 그리고 모두가 하나되는 무대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준하도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며 감사의 말을 트위터에 남겼다.

그럼에도 이날의 무대를 한 주만 앞서 연말에 보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약간의 오점이다. 늘 연말마다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던 '무한도전'의 흐름에도 맞을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신년보다는 연말에 어울렸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이 공연이 방송됐다면 시청자들이 느낀 즐거움도 조금은 더 커졌을 것 같다. 그랬다면 '나름 가수다' 특집은 '무한도전'의 레전드 중에서도 '레전드'로 기억되지 않았을까.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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