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민정 "'원더풀 라디오'가 잘되면 라이브로 노래 들려드릴게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2-01-03 15:43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 여신의 매력에 인간미까지 가득한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여신을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은 이민정을 두고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감독의 야심찬 작전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의도했던 대로 이민정의 인간적 매력을 발견한 건 성공, 그럼에도 이민정을 신성시하는 팬들이 더 늘었다는 건 실패다. 아무튼 이래저래 이민정에게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란 얘기다.

전직 국민요정, 현직 한물간 스타, 하지만 성격은 전성기 시절만큼 까칠한 DJ 신진아(이민정)는 청취율 2%로 폐지 위기에 몰린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살려야 하는 미션을 받는다. 심지어 신진아 못지않게 한 성깔 하는 PD 이재혁(이정진)과 함께 말이다. 진아의 진심어린 고군분투 속에서 인간적 매력이 발현되면서 영화는 관객들과 공감을 이뤄간다.

우정과 사랑으로 귀결되는, 어찌 보면 조금은 뻔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돋보이게 만든 건 유독 사이가 좋은 배우들의 연기호흡이다. 이민정도 "좋은 사람들과 촬영했다"며 지난 시간을 무척 즐겁게 추억했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대로 정형화하는 걸 싫어하셔서 현장에서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애드리브로 진행된 신도 많고요. 대사를 주고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할 정도로 리얼한 건, 진짜로 '리얼'이라서 그래요. 연기하면서도 상대배우가 어떤 말을 할지 짐작 못하니까 현장감이 있고 더 재밌었죠. 그래서 저도 초반엔 더 까칠하게 보이도록 연기했어요."

극중에서 매니저로 나온 이광수가 이민정의 매운 손맛을 본 것도 애드리브였다. 이민정에게 찰싹찰싹 맞을 줄 몰랐던 이광수는 그 위기를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응수하며 큰 웃음을 합작했다. 실제로 매니저에게 까칠하게 구는 줄 알면 어쩌냐고 물으니 "그렇게 봤다면 연기를 잘했다는 뜻 아니겠냐"며 시원시원하게 웃는다. 인기 아이돌 그룹 해체의 비밀이 얽혀 있는 설정은 '최고의 사랑' 공효진 역할과 비슷하다는 또 한번의 공격적 질문에도 이민정은 여유롭게 대처한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고, 촬영을 시작할 때쯤 드라마가 시작됐어요. 솔직히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설정만 비슷하고 내용 자체는 다르니까 다르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DJ 진아의 성장담을 주목해 봐주세요."


'원더풀 라디오' 스틸.

'원더풀 라디오' 스틸.
영화 속 설정 덕에 라디오 DJ로도 '깜짝' 데뷔했다.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이재익 PD가 연출하는 '컬투쇼'에 출연한 데 이어 31일에는 '텐텐클럽'의 일일DJ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을 했다. "3초 이상 침묵이 흐르면 방송사고라서 기침이라도 해야 한다"며 엄살을 떨더니 생방송 진행을 깔끔하게 해냈다. "이민정 이름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달라"는 애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은 예견된 수순.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입을 떡 벌리며 손사래를 친다. "음악은 좋아하지만, DJ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중압감이 장난 아닌데요. (웃음)"

그래도 영화를 찍기 전에 한 달간 배운 기타는 계속 취미로 가져갈 생각이다. 영화에서 세 곡이나 불렀던 노래에 대해서는 "영화가 잘되면 라이브로 들려주겠다"는 공약으로 수습하며 능수능란하게 넘어간다. "OST를 만들어준 이승환과 황성제 작곡가가 녹음할 때 정말 많이 도와줘서 잘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대신 기타는 멋있게 연주해보고 싶어요. 제이슨 므라즈처럼 길거리에서 연주하면 멋지지 않을까요? 모자 차림에, 새도 쫓으면서요. (웃음)"

이민정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자유롭고 홀가분한 모습은 아마도 휴식과 재충전에 대한 갈망 때문인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시라노;연애조작단' 개봉 이후 드라마 '마이더스'와 이번 영화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20대의 마지막을 꽉 채웠으니, 30대는 좀 더 여유롭게 맞이할 수 있을까? "영화 개봉하고 좀 지나면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정신없이 2년을 보냈더니 내 자신을 너무 놓아버린 것 같아서요.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때가 됐구나 싶어요."

휴식을 위해 가져가고 싶은 것 세 가지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음악 플레이어와 여러 권의 책"이란 답이 바로 나온다. 마지막 세 번째는 조금 주저하는 듯하더니 깔깔대는 웃음과 함께 터져나왔다. "술 없으면 안 되겠죠? 하하하. 혼자 명상할 때 꼭 필요하답니다. 그렇다고 과음한다고 오해하시면 안돼요. 여행 가서 와인 마시면서 책을 보는 기분, 그러다 취기가 살짝 오를 때 사르르 잠드는 기분 아세요? 영화가 잘 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올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이민정. 여신의 매력에 인간미까지 가득한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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