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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을 지상으로 끌어내리고 싶었다." 영화 '원더풀 라디오'의 권칠인 감독은 이민정을 두고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세웠는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권감독의 야심찬 작전은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의도했던 대로 이민정의 인간적 매력을 발견한 건 성공, 그럼에도 이민정을 신성시하는 팬들이 더 늘었다는 건 실패다. 아무튼 이래저래 이민정에게 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란 얘기다.
극중에서 매니저로 나온 이광수가 이민정의 매운 손맛을 본 것도 애드리브였다. 이민정에게 찰싹찰싹 맞을 줄 몰랐던 이광수는 그 위기를 재치있는 애드리브로 응수하며 큰 웃음을 합작했다. 실제로 매니저에게 까칠하게 구는 줄 알면 어쩌냐고 물으니 "그렇게 봤다면 연기를 잘했다는 뜻 아니겠냐"며 시원시원하게 웃는다. 인기 아이돌 그룹 해체의 비밀이 얽혀 있는 설정은 '최고의 사랑' 공효진 역할과 비슷하다는 또 한번의 공격적 질문에도 이민정은 여유롭게 대처한다. "드라마가 방영되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고, 촬영을 시작할 때쯤 드라마가 시작됐어요. 솔직히 안타까움이 없지 않지만, 설정만 비슷하고 내용 자체는 다르니까 다르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DJ 진아의 성장담을 주목해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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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의 머릿속에 그려져 있는 자유롭고 홀가분한 모습은 아마도 휴식과 재충전에 대한 갈망 때문인 듯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해 '시라노;연애조작단' 개봉 이후 드라마 '마이더스'와 이번 영화까지 숨 돌릴 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20대의 마지막을 꽉 채웠으니, 30대는 좀 더 여유롭게 맞이할 수 있을까? "영화 개봉하고 좀 지나면 여행을 가고 싶어요. 정신없이 2년을 보냈더니 내 자신을 너무 놓아버린 것 같아서요. 나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 때가 됐구나 싶어요."
휴식을 위해 가져가고 싶은 것 세 가지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음악 플레이어와 여러 권의 책"이란 답이 바로 나온다. 마지막 세 번째는 조금 주저하는 듯하더니 깔깔대는 웃음과 함께 터져나왔다. "술 없으면 안 되겠죠? 하하하. 혼자 명상할 때 꼭 필요하답니다. 그렇다고 과음한다고 오해하시면 안돼요. 여행 가서 와인 마시면서 책을 보는 기분, 그러다 취기가 살짝 오를 때 사르르 잠드는 기분 아세요? 영화가 잘 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올게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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