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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시상식. 지상파 방송3사가 자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예능인과 연기자들에게 상을 수여하며 한 해를 결산하는 의미가 있다.
벌써 수년째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강호동-유재석의 라이벌 구도로 전개됐다. 올 해 강호동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하면서 비록 대상 후보에서 제외됐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지난 24일 열린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해피선데이-1박2일' 팀이 대상을 받은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사실상 강호동의 수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유재석은 매년 강력한 대상 후보이고, 그가 대상을 받지 못하면 '왜 그가 대상을 못받은 것이냐'를 두고 여론은 들끓는다. 이런 식이라면 매년 방송3사의 연예대상은 '유재석의, 유재석을 위한, 유재석에 의한' 시상식이 돼야 한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개그맨 김구라가 한 "매년 유재석이 받는 것은 감동도 없고 지루하다"라는 말은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대중들이 왜 그토록 김병만의 대상 수상을 바라는 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MBC가 올해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개인이 아닌 작품에 수여하는 방안을 마련한 게 변화의 신호탄이 될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상 안 주면 시상식 굳이 갈 필요 있나요?" 연기대상
최근 업계 한 관계자는 "모 방송사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매니저에게 연말 시상식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상도 못 받을 건대 뭐하러 가냐'라고 하더라. 직업 의식이 결여된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상을 받든 못 받든 후보에 올랐으면 시상식에 참석해 작품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들과 이야기꽃도 피우고 한 해를 추억하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이다.
그러나 매년 수상이 유력해 보이는 배우들만이 현장을 찾는 일이 다반사로 이뤄지면서 갖가지 부작용만 낳고 있다.
10여명이 한꺼번에 나와 상을 받는 광경이 벌어지거나 공동수상이 남발되는 것은 물론 권위를 최고로 여겨야 할 대상마저도 형평에 어긋난 선정으로 공분을 사게 한다. 자신들이 주인공인 무대라는 인식을 하지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다.
MBC가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 올 해부터 '연기대상'을 '드라마대상'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상을 작품에 수여하는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자칫 배우들의 시상식 참석 의지를 떨어뜨리는 반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을 갖고 있다.
3사 공동 시상식 등 대책 필요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사고 있는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을 진정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상의 권위를 높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이 때문에 방송3사에서 공동으로 연기대상을 개최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번번이 '모호한 선정기준', '공동수상 남발', '나눠먹기식 행사' 등의 비판을 들으며 한 해를 보낸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MBC가 올 한 해 실험적으로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갈수록 '감동도, 재미도 없는' 시상식을 보고자 하는 시청자들은 줄어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또 방송사뿐 만아니라 시상식의 주인공인 연예인들도 자신들의 축제를 즐긴다는 직업 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