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재인'은 왜 '김탁구'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했나?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2-29 11:08 | 최종수정 2011-12-29 15:09


사진제공=KBS

'김탁구'의 영광은 없었다.

28일 KBS2 '영광의 재인'이 23, 24회 연속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23회 시청률 20.1%(AGB닐슨 기준)를 기록, 드라마 방영 후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하며 뒷심을 발휘했다. 시청률로만 볼 때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방영 내내 별다른 화제를 낳지 못했다.

'영광의 재인'은 지난해 시청률 50%를 넘어서며 '국민드라마'로 불린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와 이정섭 PD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KBS는 이 두사람의 조합에 기대를 걸고 '영광의 재인'이라는 제목과 스토리의 큰 줄기만 정해진 상황에서 일찌감치 편성을 결정하는 '파격'을 택했다. 그러나 '영광의 재인'은 기대 이하의 반응을 낳으며 실망감을 안겨줬다.

드라마는 첫 회부터 꾸준히 봐온 시청자들로부터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얻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청층을 끌어들이기엔 역부족이었다. SBS '뿌리깊은 나무'가 한 주 먼저 방송을 시작하면서 시선을 빼앗긴 탓도 일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신선하지 못한 구성이 기대 이하의 반응을 불러왔다.

'제빵왕 김탁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권선징악을 내세운 통속적 스토리 라인이 안방극장에서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뿌리깊은 생각'을 떨쳐내지 못한 게 문제였다. 더욱이 '영광의 재인'은 '제빵왕 김탁구'에 비해 갈등구조가 다양하지 못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이 부족했던 것.

제빵업계를 주무대로 흥미를 유발했던 '제빵왕 김탁구' 때와 달리 '영광의 재인'은 주인공들의 직업이나 일을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에피소드도 부족했다. 프로야구의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10월 방영을 시작해 남자주인공 김영광(천정명)과 서인우(이장우)가 야구선수라는 설정을 이용, 화제몰이를 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충분한 기술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올 한 해 '공주의 남자' '뿌리깊은 나무' '시크릿 가든' '최고의 사랑' 등 진화된 사극과 로맨틱 코미디물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점도 미지근한 반응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공부의 신'의 윤경아 작가와 유현기 PD도 강은경 작가와 이정섭 PD처럼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그러나 이들이 선보인 '브레인'은 전작 '공부의 신'과는 전혀 다른 장르와 스토리 라인으로 시선을 붙잡았다. 하지만 '영광의 재인'은 '제빵왕 김탁구'의 틀에 얽매인 신선하지 못한 스토리로 매력을 떨어뜨렸다. 스타작가와 PD의 조합이 늘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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