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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게임' 뜻밖에 더딘 흥행세, 야구영화 또 부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2-27 16:37


'퍼펙트 게임' 스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야구영화는 안 되는 걸까?

영화 '퍼펙트 게임'이 극장가에서 좀처럼 힘을 못 쓰고 있다. 21일 개봉해 크리스마스 시즌 관객을 노렸지만, 26일까지 전국관객수 51만 3025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에 머물러 있다. '미션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과 '셜록홈즈:그림자 게임' 등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와 한국영화 '마이웨이'의 화제몰이에 맞서 꿋꿋이 경쟁하고 있지만, 3위 '셜록홈즈…'와도 20만명 가까이 격차가 벌어져 있다. 스크린수도 '미션 임파서블…'과 '마이웨이'만큼은 아니지만 '셜록홈즈…'보다는 많은 500개 안팎인데다, 연말 극장가 성수기라는 점, 한국영화 양대 배급사 중 하나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기대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조금은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표다.

지난 12일 '퍼펙트 게임'이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관계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이웨이'의 대항마가 될 거라는 전망도 나왔다. 배급사 관계자들도 상당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프로야구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이 펼친 세 번의 맞대결 중 마지막 경기, 15회 연장까지 가고도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드라마틱한 실화는 스크린 위에서도 실제 경기 같은 박진감과 감동을 전했다. 최동원 역의 조승우와 선동열 역의 양동근은 물론, 롯데 자이언츠와 해태 타이거즈 선수들로 나온 조연 배우들의 호연도 고루 돋보였다. 최동원과 선동열의 우정과 자존심 등 인물간의 관계 묘사에 힘을 실은 덕에, 야구의 복잡한 규칙을 모르고도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현재 포털사이트의 영화 평점도 8.9점대로 '미션 임파서블…'과 '마이웨이'보다 높다.

하지만 이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대보다 더딘 흥행 속도는 '야구영화'의 핸디캡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화관의 주요관객인 20~30대, 그중에서도 다수를 이루는 여성 관객들에게 야구라는 소재는 여전히 낯설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최근에 여성팬을 중심으로 야구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비해서'일 뿐, 여전히 야구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다. 더구나 20~30대 여성관객들은 최동원과 선동열의 경기를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두 선수의 라이벌전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기가 어렵다"며 "'퍼펙트 게임'의 타깃은 30대 후반~40대로 연령대가 약간 높아진다. 관객동원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앞선 야구영화들이 부진했던 것도 이와 비슷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 개봉 초반이다.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섣부르다. 상반기에 737만 관객을 넘긴 '써니'와 하반기 5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완득이'는 각각 8일, 9일 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퍼펙트 게임'도 이들처럼 '뒷심이 기대되는 영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 영화들보다 입소문이 좋아 스노볼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 '퍼펙트 게임'의 승부수가 어느 시점에서 발휘될지 궁금해진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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