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권의 뚝심 있는 '마이웨이'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2-27 16:37


'마이웨이'의 김인권. 영화 개봉 후 '또 한명의 주연'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인터뷰 중간, 김인권에게 문자메시지가 날아왔다. 영화 예매권을 60장이나 샀다는 아내의 연락이었다. "동네 아줌마들을 우르르 몰고 가서 영화를 보겠죠." 별일 아니라는 듯 싱긋 웃는데,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절로 든다.

하지만 김인권의 아내도 어느 때보다 남편이 자랑스러울 것 같다. 300억 대작 '마이웨이'에서 무시무시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으니 말이다. 순수하고 착했던 '종대'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완장을 차고 '안똔'이 되어 극단적 변화를 겪는다. 전쟁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김인권은 놀랍도록 힘 있게 그려냈다. 그런데도 그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라며 겸손해했다. "시작과 끝이 다른 인물이니까 배우로서 탐나는 캐릭터죠. 처음에 영화사에서 제안을 받고도 믿지 못했어요." 강제규 감독의 판단은 역시 옳았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의 관계변화가 한 축이라면, 김인권과 장동건의 우정은 또 다른 축을 형성하며 긴장을 조율한다. 마치 장동건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 같다고 하니 "정말 그렇네요"라며 껄껄 웃는다. "장동건 선배가 연기한 김준식이 주체라면, 종대는 그 속에 숨어 있는 인간성의 하나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인권은 이 영화에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썼다. 촬영장에 나오면, 준비해온 연기와 현장의 느낌을 버무리고 뒤섞고 주물러서 '반죽'이 말랑말랑해졌을 때 강제규 감독에게 보여줬다고 했다. "블록버스터일수록 가공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카메라와 세트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니까. 의상, 분장, 엑스트라 등 환경과 조건의 규모 자체가 다르잖아요. 전쟁이라는 거대한 장면 속에 나를 던져놓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마치 공포체험 하러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것 같이 연기가 재밌었죠."


'마이웨이'의 김인권은 전쟁을 겪으며 냉혹하게 변해가는 종대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사진제공=디렉터스
그렇게 치열하게 연기를 하고도 김인권은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하다. 촬영하러 현장에 나가면 "매번 새로운 놀이동산 하나가 펼쳐져 있었"단다. 그 엄청난 현장이 치밀하게 돌아가는 걸 보면서 강제규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품게 됐다. "영화 초반 순박한 종대의 모습을 만화적으로 표현한 것도 이후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기 위해 의도한 거예요. 그런데 감독님은 머리의 두건 색깔을 두고도 더 귀엽게 보이는 색이 무언지 디테일하게 고민하시더라고요. 그만큼 예민하면서도 판단과 결정은 무척 빠르세요. 카리스마와 자상함이 공존하니 저절로 믿고 따르게 되더라고요. 정말 아버지 같았어요."

옆에서 본 장동건은 "따라잡을 수 없는 인품, 최고의 유전자, 완벽한 소프트웨어"였고, 오다기리 죠는 "남자가 봐도 매력적인 사람, 그래서 한번쯤 그렇게 멋있게 살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전쟁터에서 구르면서 많이 친해졌다. 두 사람에게 모두 '형'이라 부른다. 오다기리 죠는 김인권의 셋째 딸의 이름도 지어줬다. "첫째가 자영, 둘째가 민경이에요. 오다기리 형이 얘기를 듣더니 '영' 자가 예쁘게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힌트 얻어서 세영이라 지었죠. 일본에 다녀오면서는 딸들 선물을 잔뜩 사다주셨어요."

추위에 대처하는 장동건의 에피소드도 있다. "새로운 방한용 의류가 등장할 때마다 촬영장에 유행했어요. 초창기 내복과 히트텍 이후에 솜이 도톰한 방한복이 나왔고, 다시 까만색 군용 깔깔이, 등산용 의류와 싸이클 복장이 유행했죠. 그런데 동건이 형이 배터리로 열을 내는 낚시용 방한복으로 '올킬'했어요. 그러고 나니 겨울이 끝나더군요. 하하하."

방한복이 필요없을 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 '마이웨이'가 개봉했으니, 다음달 '구국의 강철대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세 딸과 꼭 붙어서 보낼 계획이다. "항상 옆에서 놀아주니까 아빠가 촬영 가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저도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즐겁고요. 딸바보라고요? 저희 딸들이 좀 예쁘긴 하죠.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마이웨이'의 김인권. 영화 개봉 후 '또 한명의 주연'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