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 번째 책 출간, 이병진의 카메라는 36.5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2-21 15:55


개그맨 이병진.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들리는 모든 것이 노래가 되고, 보이는 모든 것이 사랑이 되는, 이병진의 세상에 바칩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이병진이 "욕해주십시오"라면서 보낸 원고에 직접 쓴 손글씨를 답장으로 보냈다. '절친' 이소라는 "이병진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조금 말하고 조금 움직인다. 그 조금만으로도 사람을 웃게 울게 만든다"고 했다.

사진 찍고 글도 쓰는 방송인 이병진, 그가 두 번째 책을 냈다. '이병진의 헌책.' 제목도 무척이나 그를 닮았다. 놀이터, 육교, 헌책방, 동시상영관, 재래시장, 골목길, 간이역, 이발관 등 우리 곁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포착해 그의 추억과 버무렸다. 그의 표현대로 '시간의 역주행' '아름다운 추적사'다. 책에 담긴 사진은 36.5도의 온기를 머금고 있다. 글은 느릿하고 따뜻한 그의 목소리로 읽힌다.

"2년간 거의 기자가 된 듯 직접 섭외도 하고 발로 찾아다녔어요. 탁구장에서는 자장면 시켜먹으며 탁구를 쳤고, 양복점에서는 일부러 구식 양복도 맞췄죠. 시장에선 물건을 사면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어요. 세운상가가 철거되기 전에는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진전도 했고요. 그렇게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담았습니다."

오디오 전문가였던 아버지의 취미가 바로 사진. 그 영향으로 이병진도 일찌감치 카메라를 들었다. "결혼 전에 아내와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을 더 많이 찍게 됐고, 이제는 카메라가 아내만큼 가까워요. 지갑이 없는 건 괜찮은데, 카메라를 두고 나오면 굉장히 불안해요. 가방에도 차에도, 제 주변엔 언제나 카메라가 있어요." 그 카메라 덕분에 제자도 뒀다.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에 함께 출연했던 김수현은 당시 진지하게 사진을 배웠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두 사람이 경쟁사 카메라 브랜드의 모델이 됐으니 보통 인연은 아닌 듯하다.

김수현에게 전한 가르침을 귀띔해달라고 하니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카메라가 필요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가 말한 '좋은 사람'은 책에도 실렸다. 아내, 친구, 장터에서 만난 노부부, 그리고 '나는 가수다'의 원년멤버들까지. 그리고 그 사진들은 주인들에게도 꼭 선물로 돌아갔다.

본업은 방송인, 데뷔는 개그맨, '출발 드림팀'에서는 캐스터, '나가수'에서는 매니저, 이번엔 작가. 그럼에도 사진만큼은 '아마추어'로 남아 "수박의 겉만 핥고 싶다"고 한다. "안전하게 오래 재밌게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사진을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도전'에 대한 꿈은 있다. 바로 영화와 연기다. "로케이션 현장이 워낙 경치가 좋더라고요. 배우와 스태프도 있고. 사진 찍을 게 정말 많잖아요? (웃음) 사실은 제가 원래 연기를 전공했어요. 전학기 A를 받을 만큼 푹 빠져 있었죠. 지금도 목마름이 있어요." 사실 영화도 세 편을 했다. 하지만 두 편은 중도에 제작이 무산됐고, 세 번째 '묘도야화'란 영화는 시사회까지 하고도 몇 년째 개봉을 못하고 있다. 성동일, 전수경, 소이현, 이한위, 김광규, MC몽과 출연했다. 역할도 사진작가인데다 심지어 영화 스틸도 직접 찍었다.

"'개그 콘서트'의 1세대였고, '웃찾사'도 만들었죠. 그때 최고 시청률 42%를 찍었어요. 개그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룬 거 같아요. 이제는 원래대로 정극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조금씩 준비해보려고 합니다." 미리 짐작컨대, 그는 자신이 출연하는 영화도 36.5도로 따뜻하게 데울 것 같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개그맨 이병진. 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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