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가 고전하는 이유는?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2-20 10:15


19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월화드라마 '빛과 그림자'(극본 최완규 연출 이주환 이상엽) 기자간담회에서 출연배우들이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재욱 손담비 남상미 이필모.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올인'의 최완규 작가, '주몽'의 이주환 PD 그리고 배우 안재욱이 뭉쳤는데도 왜 큰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할까.

'대장금' '주몽' '이산' '에덴의 동쪽' '선덕여왕' 등 월화극을 주로 대작으로 편성하며 시청률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던 MBC가 '계백'을 시작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더욱이 '창사 50주년 특별기획'이라는 특별한 타이틀이 붙은 '빛과 그림자'가 초반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고 있어 관계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빛과 그림자'는 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50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전개로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배경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또한 대중문화예술 세계를 재조명한다는 기획의도를 갖고 있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고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무로 영화 제작현장과 리사이틀을 하던 쇼단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주인공들의 패션과 말투 등 다양한 시대상이 반영돼 동시대를 살았던 시청자들에게는 향수를, 요즘 세대들에겐 신선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작가와 연출자, 주연배우의 명성에 비해 아직까지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 19일 방송분이 시청률 10.7%(AGB닐슨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꼴찌에 머물고 있다.

이유는 아직까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있는 선과 악의 구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극중 쇼 비지니스 세계에게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게 될 강기태 역의 안재욱은 "시청률이 10% 초반대에 머물러 있어 '아차' 싶기도 하지만 배우들끼리 조급해 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욱은 그러나 "드라마가 아직까지 대립각을 세울만한 구성이 안 돼 있는 게 문제인 것 같다"며 "장철환(전광렬)을 중심으로 한 그림자의 세계는 이미 잘 구축이 돼 있지만 강기태는 아직도 자신의 세력을 규합해 가는 과정이 벅차다"라고 초반 시청률이 저조한 데 대한 원인을 분석했다.


드라마가 엔터테이너의 삶을 조명하면서 전반부에 쇼단의 화려한 모습과 비주얼적인 부분에 치중하는 것도 시청률이 탄력을 받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캐릭터 소개가 지나치게 늘어지는 감이 없지 않은 데다 쇼적인 부분에 지나치게 시간을 할애하면서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결핍돼 있다는 점도 지적 대상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50부작으로 긴 호흡으로 진행돼 다소간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제자리를 잡아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내놓았다.

국회의원으로 주인공 기태의 집안을 몰락시킨 장본인 장철환 역을 맡은 전광렬은 "타사 드라마들과 비교를 하는 데 그 드라마들은 먼저 방송을 시작했다. 지금은 사람들을 소개하는 과정이고 이것이 다져들어가게 되면서 점차 재미를 찾아갈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60, 70년대 소박한 삶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엔터테이너들의 노래와 춤 그리고 정치권력이 맞물려 있는 이야기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MBC가 월화극 대작의 '흥행불패 신화'를 다시 한 번 이어갈 수 있을지, SBS '천일의 약속' 종영 후 재편될 경쟁구도가 어떻게 전개될 지 지켜볼 일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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