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동건-오다기리 죠, 두 남자의 '마이웨이'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2-16 11:38 | 최종수정 2011-12-16 16:10


장동건(왼쪽)과 오다기리 죠.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장동건(왼쪽)과 오다기리 죠.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는 닮은 게 많았다. 한일을 대표하는 꽃미남 연기파 배우라는 것이나 유명 스타부부라는 것,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첫 아이를 얻은 것까지. "우리 아기는 아직 호빵 같아" "우리 아기는 이제 붓기가 빠졌어"라며 아기용품 선물을 주고받는 두 사람은 천상 '아들바보'다. 서로에 대한 칭찬을 듣다보면 우정 이상의 애정도 엿보인다. 영화 '마이웨이'를 위해 국내 촬영 8개월, 라트비아 촬영 1개월을 거치며 쌓인 신뢰가 두텁고도 진했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본군에서 소련군으로, 다시 독일군으로 군복을 갈아입는 1만2000km 여정을 함께한 조선의 김준식(장동건)과 일본의 타츠오(오다기리 죠), 두 남자를 만났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장동건.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장동건 "아들 민준이가 컴퓨터를 보고 아빠라고 부르는 건"

"결혼 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고통스러운 수준까지 가더라고요." '마이웨이'를 촬영하며 오랜 시간을 가족과 떨어져 지냈으니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다행히 아내 고소영이 아들 민준이에게 계속 장동건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빠라고 가르쳐줘서 아빠 얼굴은 알아본단다. "스카이프로 민준이와 영상통화를 많이 했어요. 그래서인지 유아용 사물놀이 카드에서 컴퓨터 그림을 보면 아빠라면서 좋아한대요."

어서 빨리 가족들과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장동건.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전쟁영화는 안 하려고 했는데, 강제규 감독 때문에 또 군복을 입었다. 선후배로 지내다 다시 감독과 배우로 만나려니 쑥스러웠지만, 첫 촬영날 그런 어색함은 단번에 사라졌다. '맞다, 이 사람 강제규였지.'

하지만 남자들의 뜨거운 신뢰로 똘똘 뭉친 촬영장에도 복병은 있었다. 유난히 지독했던 지난 겨울 추위. "영하 17도, 체감온도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데,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립니다. 일본군일 때는 군복 안에 옷을 껴입을 수도 없었어요. 연기에 방해가 될 정도였죠. 영화를 찍다보면 근성을 발휘해야 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모든 장면이 그랬어요."

영화 속에서 마라톤 선수였던 탓에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무릎 수술도 받고, 아역을 연기한 도지한과 전문코치의 지도 아래 마라톤 훈련도 받았다. 결혼 후 늘었던 체중도 8kg 감량했다. 이렇듯 철저하게 단련하고 시작한 촬영이었지만 일본어 연기는 지금 돌이켜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연습을 하고 외워도, 막상 현장에서 예상치 못했던 감정이 생겼을 때 그것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오다기리 죠는 장동건에게 최고의 파트너였다. 워낙 개성이 강하고 4차원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 예의바르고 인간미가 넘쳤다. "타츠오 역을 누가 맡으면 좋을까 논의할 때부터 저는 오다기리 죠를 생각했어요. 그의 영화 '피와 뼈'를 보고 어떤 배우인지 궁금했고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순제작비만 280억, 손익분기점이 1000만명이라는 대작 '마이웨이'의 무게감을 오다기리 죠와 절반씩 나눠졌지만 그래도 장동건이 느끼는 부담감은 어쩔 수가 없다. 대작들은 태생적으로 많은 관객을 만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그럼에도 마지막으로 그는 힘주어 강조했다. 한국전쟁, 2차 세계대전까지 '참전'했으니 이제 전쟁은 그만하고 싶다고. 이유가 뭘까? "'마이웨이'가 전쟁영화의 정점을 찍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만큼 관객들이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오다기리 죠. 사진제공=SK플래닛 주식회사, CJ엔터테인먼트

오다기리 죠 "강제규 감독 영화, 한 편도 본 적 없는데…"

"이제 보니, 사기를 당한 것 같군요. 하하하." 오다기리 죠 특유의 유머와 재치가 번득인다. 그는 강제규 감독의 명성만 알았지 그의 영화는 한 편도 못 봤고, 장동건을 알게 된 것도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통해서다. 그런데도 어쩌다 '마이웨이'에 출연할 결심을 했냐고 물으니 그 자신도 고개를 갸웃한다. "영화에 조선의 경성, 몽골, 러시아, 독일, 프랑스 노르망디, 영국 런던이 배경으로 나오는데, 다 현지 로케이션 하는 줄 알았죠. 여행 많이 할 수 있어서 재밌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국과 라트비아에서만 촬영하더라고요." '그래서 사기 같다'고 농담하며 좌중을 웃기더니 이내 진지하게 진짜 답을 들려준다. "강제규 감독님이 성의와 열의를 갖고 부탁하시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에서 조선의 김준식과 마라톤 라이벌이었던 타츠오는 '황군'을 부르짖는 일본군 장교가 되어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뛰어든다. 군국주의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 같은데, 오다기리 죠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일본의 상황에서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그런 길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한국영화에서 한국군인을 나쁘게 표현하지 않듯, 일본영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영화에서 일본군인을 연기한다는 것 때문에 이 영화에 더 매력을 느꼈던 것 같아요."

타츠오는 김준식을 만나고 포로의 입장에서 전쟁을 겪으면서 독선적이고 잔인했던 과거 자신의 모습을 깨닫는다. 극단적인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 그의 연기에 찬사를 보내니 그는 도리어 장동건을 칭찬한다. "저와 달리 장동건은 끝까지 신념이 흔들리지 않는 인물을 보여줘야 했어요. 제가 대사를 잘못 이해해서 잘못된 연기를 하더라도 타츠오가 변해가는 모습의 일부라고 관객들이 생각하겠지만, 장동건은 조금만 흔들려도 눈에 띄니까 그게 훨씬 더 힘들었을 겁니다." 장동건에 대한 오다기리 죠의 칭찬은 끝이 없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진심으로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촬영장에 구경온 팬들과도 스스럼 없이 사진을 찍더라는 것. 촬영 준비가 우선인 자신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연신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8개월간 한국에서 촬영하는 사이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자신의 일처럼 진심으로 걱정해줘서 너무나 고마웠다는 얘기도 덧붙인다. 유명스타들의 수억원대 기부 소식보다 그에게는 더 따뜻한 위로가 됐다고.

장동건도 혀를 내두른, 따뜻한 도쿄에서는 상상도 못한 겨울 추위를 견뎌낸 오다기리 죠. '마이웨이'는 내년 1월 일본에서도 개봉한다. "전쟁영화는 저에게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요. 연기에 대한 어떤 평가도 괜찮아요. 나쁘게 비춰지는 일본군인 역에 대해 악의를 가진 분들에게 욕만 듣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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