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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원의 개그야그] 가는 해 잡지말고 오는 해 마다말자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12-13 11:35


2011년도 거의 막바지이다보니 이쪽 저쪽에서 송년회의 잔 부딪히는 소리가 연일 들려온다.

찬찬찬~. 부어라, 마셔라, 쓰러져라~.

마치 어느 곳은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생과 사를 걸고 송년회를 치르기도 한다. 물론 그 다음날은 숙취와 피로로 패잔병이 되어 사경을 헤매기도 하지만….

송년회는 예전의 망년회가 바뀐 것인데 이 망년회라는 것이 한해의 모든 나쁜 것들은 다 잊어버리자라는 취지로 일본사람들이 만들어 생활화하고 있다. 반면에 같은 문화권인 중국은 송년회라는 의미의 날 자체가 없고 우리의 설날인 춘절을 가장 큰 명절이라고 생각해 모든 사람들이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도 옛날엔 그랬을 것 같은데…. 아마도….

어찌 보면 일본문화에서 파생된 것이라 굳이 안 해도 되는 것을 친목도모, 화합이라는 이유로 대부분의 회사와 단체들이 여전히 하고 있다. 허긴 우리 스마일야구단도 지난주에 송년회를 열어 부어라 마셔라 했으니…. 한해를 정리하며 내년을 기대하는 취지라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다.

여하튼 요즘 숙취해소 음료와 비타민C 그리고 콩나물 해장국 북어국 등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한다. 샐러리맨들은 가기도 싫은 송년회를 2차, 3차까지 끌려가며 분위기를 맞춘다. 그러다보면 모양새가 가관이 아니다.

술잔을 들고 건배자세로 그대로 졸고 있는 미스터 김, 변기통을 잡고 저녁 먹은 것을 죄다 확인하고 눈물찍 콧물찍 울고 있는 미스리, 그 등을 두들겨 주며 핸드백 들고 있는 착한 왕 언니 노처녀 미스박, 마이크잡고 한 시간째 전세내서 고성방가 노래하고 있는 박 과장님, 이쪽저쪽 눈치 보며 지금 금방 들어가겠노라고 전화기에 대고 싹싹 빌고 있는 신입사원 미스터 리, 이미 시체가 되어 널브러져 있는 영업과 오대리, 술 한잔도 못 마시면서 연신 들어온 술병 안주 체크하는 경리부 안경 쓴 미스터 최까지 정말이지 천태만상이다.

노래방에서 신기한 것이 있다. 노래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데 정작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각자 지방방송으로 떠들다가 이상하게도 노래가 끝날 때엔 일제히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친다. 그러다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 또 다시 자기끼리 떠들기에 바쁘다.


회식 2, 3차 후엔 곤드레만드레가 된 상태에서 택시를 잡는데 꼭 안 취한 사람이 있다. 방향을 잡아주며 일일이 택배식으로 귀가를 도우는 이런 도우미 직원이 어디든 꼭 한 명씩은 있다. 술 자리에 술 못 먹는 사람을 반드시 동석시키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송년회의 모습이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물론 세계적인 불황과 경제가 힘든 탓도 있겠지만 송년회 회식 대신에 뮤지컬이나 콘서트 관람 후 조용히 귀가하는 문화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서 과별로 혹은 직원 전체가 양로원이나 고아원에 선물을 사 가지고가서 위로파티를 해주는 문화도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상당히 고무적이고 긍정적이다.

그래서 그런지 예전처럼 확실히 연말 기분은 나질 않는 것 같다. 밤거리에 사람도 확실히 줄었고 캐럴송도 별로 들리지 않고 다들 나 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그림이 나타나는 듯 하다.

송구영신이요, 가는 년 잡지 말고 오는 년 마다말자!

필자도 올해는 최대한 술은 줄이고 뭔가 생각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야~~ 이놈 철들었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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