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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충무로엔 '사랑'이 매말랐다. 눈에 띄는 로맨스 영화도 없었고, 흥행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해 12월 개봉한 '쩨쩨한 로맨스'가 해를 넘어가며 208만 관객을 모았고, 역시 같은 달 개봉한 '김종욱 찾기'가 113만 관객을 기록했다. 실질적으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164만명이 로맨스 영화 중 최고 성적이다. 정통 멜로든 로맨틱 코미디든, 분명 '흉년'이다.
그러나 개봉 후엔 상황이 반전됐다. 공포와 로맨틱 코미디를 접목시킨 장르는 신선했고, 손예진과 이민기의 커플호흡에도 찬사가 이어졌다. SNS에는 관객들의 호평이 넘쳐났고, 덕분에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평일에도 6~7만 관객을 모을 정도다.
손예진과 로맨틱 코미디의 조합은 관객들에게 그다지 새로운 건 아니었지만, 손예진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다. 흥행성이 보장되지도 않고, 장르적으로도 익숙해 여배우들 사이엔 로맨틱 코미디를 기피하는 현상도 없지 않아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30대를 맞이하는 여배우들은 연기변신과 장르적 도전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에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러나 손예진은 '이미지 소비'에 대한 우려를 털어내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영화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가장 잘하는 연기를 더 잘하는 것도 꽤나 큰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