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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를 보고 있는데 왜 '추노'의 대길이가 보이는 걸까요?"
'마이더스'와 '뿌리깊은 나무'로 연이어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추노' 속 대길의 캐릭터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그가 연기하는 강채윤과 '추노'의 대길이 겹쳐 보여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연기자가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라며 "하지만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민수는 지난 1995년 방영돼 '귀가시계'로 불리며 큰 화제를 낳았던 SBS '모래시계'의 박태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수는 특유의 터프한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만나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박태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MBC '허준'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전광렬도 비슷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자리에 오른 허준을 연기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줬다. '허준'은 전광렬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다. 하지만 '허준'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은 탓인 지 그가 무예를 전수하는 검선 김광택 역으로 출연한 SBS '무사백동수'에서 왠지 의술을 펼쳐야 할 것 같다는 시청소감을 밝힌 이들도 있다.
장혁, 최민수, 전광렬이 결코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이 아님에도 일생일대의 최고의 캐릭터를 만나 그 속에 갇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