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최민수 전광렬이 '추노' '모래시계' '허준' 속에 갇힌 이유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1-25 15:58


사진제공=KBS

최민수와 전광렬. 사진제공=SBS

"'뿌리깊은 나무'를 보고 있는데 왜 '추노'의 대길이가 보이는 걸까요?"

장혁은 지난해 KBS2 '추노'에서 노비 사냥꾼 대길 역을 맡아 연기 인생에 있어 전환점을 맞았다. '짐승남'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그는 남성미 넘치는 카리스마로 브라운관을 압도했고, 광기어린 강렬한 눈빛 연기로 최고의 열연을 펼쳤다. 색다른 소재와 영상미가 더해져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추노'의 주인공 장혁이 연말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쥐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난 게 그에겐 행운이자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마이더스'와 '뿌리깊은 나무'로 연이어 안방극장에 얼굴을 내비치고 있지만 '추노' 속 대길의 캐릭터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 일부에서는 '뿌리깊은 나무'에서 그가 연기하는 강채윤과 '추노'의 대길이 겹쳐 보여 몰입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방송사 드라마국 CP는 "연기자가 자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다"라며 "하지만 그 캐릭터에서 벗어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연기 변신에 대한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우 최민수와 전광렬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민수는 지난 1995년 방영돼 '귀가시계'로 불리며 큰 화제를 낳았던 SBS '모래시계'의 박태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민수는 특유의 터프한 자신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지는 캐릭터를 만나 그야말로 최고의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박태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MBC '허준'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전광렬도 비슷하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의 자리에 오른 허준을 연기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심어줬다. '허준'은 전광렬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다. 하지만 '허준'의 잔상이 오래도록 남은 탓인 지 그가 무예를 전수하는 검선 김광택 역으로 출연한 SBS '무사백동수'에서 왠지 의술을 펼쳐야 할 것 같다는 시청소감을 밝힌 이들도 있다.

장혁, 최민수, 전광렬이 결코 연기력이 부족한 배우들이 아님에도 일생일대의 최고의 캐릭터를 만나 그 속에 갇히는,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