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아의 '나도, 꽃', 방송 4회 만에 왜 시들어버렸나?

정해욱 기자

기사입력 2011-11-20 16:34


사진제공=MBC

꽃이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4회까지 전파를 탄 MBC 드라마 '나도, 꽃'이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5~6%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나쁘지 않다. 9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이지아는 신비주의를 벗어던진 과감한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남성적인 이미지로 변신한 윤시윤에 대한 평가도 괜찮다. 조민기 이병준 등 조연들 역시 노련한 연기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또 '내조의 여왕'을 연출했던 고동선 PD와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는 매회 톡톡 튀는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있다.

도대체 부진의 이유가 뭘까?

극 전개가 여성 시청자들의 취향에만 맞춰져 있다는 점이 첫 번째로 꼽힌다.

'나도, 꽃'은 상처 많은 여순경 차봉선(이지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차봉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30대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한데다가 변변한 남자친구도 없다. 박화영(한고은)과 같은 멋진 여성이 되길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이끌어낼 만한 이야기다. 게다가 차봉선이 서재희(윤시윤), 조마루(이기광)와 같은 어리고 잘생긴 남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점은 30대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윤시윤과 이기광의 귀여운 '재롱'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화영이 운영하는 의류업체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매회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각종 의상과 가방이 등장한다.

반대로 남성 시청자들을 매료시킬 만한 요소는 부족하다. 남성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차봉선의 넋두리도 지루하게 들릴 뿐이다.


남녀 주인공의 나이대가 맞지 않는다는 점도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

윤시윤은 '나도, 꽃'에 뒤늦게 합류했다. 애초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던 김재원이 촬영 중 어깨가 탈골되는 사고를 당하면서 중도하차했기 때문. 그러면서 일이 뒤틀렸다. 25세의 윤시윤이 30세를 훌쩍 넘긴 이지아-한고은과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모와 조카 같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성숙한 이미지로 변신한 윤시윤이 만만치 않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 강력한 경쟁자 SBS '뿌리깊은 나무'의 존재도 부담스럽다. '뿌리깊은 나무'는 한석규 장혁 신세경 등 화려한 캐스팅과 탄탄한 스토리 전개로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청률 20%를 넘나들고 있는 '뿌리깊은 나무'의 강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거기다 KBS2 '영광의 재인'도 두자릿수 시청률로 선전하고 있어 '나도, 꽃'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는다.

한편 지난 17일 방송된 '나도, 꽃' 4회는 6.4%의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을 기록했다. '뿌리깊은 나무'는 20.5%, '영광의 재인'은 14.1%였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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