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브레인', 장준혁과 봉달희가 아닌 이강훈을 보여줘~

김명은 기자

기사입력 2011-11-15 15:47


'브레인' 방송화면 캡처

KB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통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은 전반적으로 설익은 느낌이었다.

KBS가 안방극장에서 흥행불패를 자랑해온 의학드라마를 처음 선보인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오랜기간 노하우가 축적돼온 장르드라마를 선보이고도 별다른 신선함을 안기지 못했다는 인상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레인'이 그동안의 의학드라마와 유일하게 차별화되는 부분은 바로 뇌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대학병원 신경외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금껏 안방극장에서 선보여졌던 의학드라마의 모든 스토리를 집합해 놓았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 천하대 의대를 졸업한 2년차 신경외과 전임의로,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찬 이강훈(신하균)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와 달리 환자들에게 지극정성인 이상적인 의사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이강훈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자신을 늘 못마땅해하며 사사건건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김상철이 이강훈의 진정한 멘토가 된다는 진부한 설정을 깔아놓았다. 이를 두고 '현대판 허준'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온 이강훈의 성공에 대한 집착은 김명민이 주연을 맡았던 '하얀거탑'의 장준혁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러브라인도 빠지지 않는다. 연출자 유현기 PD는 "장르에 철저히 집중하면서 곁가지를 그려낼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브레인'은 첫회부터 이강훈과 재벌가의 딸 장유진(김수현)의 어색한 만남을 통해 앞으로 성공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주인공의 내면을 엿보게 했다. 이 때문에 의사후배 윤지혜(최정원)와의 알 수 없는 묘한 심리적 갈등은 이 드라마에서 멜로가 적잖은 비중을 차지할 것임을 내포할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윤지혜를 사이에 두고 잘생긴 외모에 매너 좋은 부잣집 귀공자로 이강훈과는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서준석(조동혁)과 삼각사랑을 예고하는 듯한 엔딩으로 첫 주 방송을 마무리지었다.

여기까지가 진지한 코드였다면 느닷없이 코믹적 요소가 가미돼 드라마의 정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개그맨 송준근이 카메오로 출연해 KBS2 '개그콘서트' 속 코너인 '생활의 발견'을 패러디한 것이다. 감초 역할을 위해 열연을 펼쳤지만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엉뚱한 설정이 되레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코믹적 요소가 적절히 녹아들어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던 MBC '종합병원2'이나 SBS '외과의사 봉달희'를 일부 따라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브레인'은 첫회에서 실감나는 뇌수술 장면을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리얼리티는 모든 의학드라마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여기에 인간의 생명을 다루면서 휴머니즘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를 드라마의 경쟁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브레인'은 첫 주 방송에서 8년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한 신하균의 출중한 연기력만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을 뿐, 그동안의 의학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얀거탑'이 그 흔하디흔한 멜로라인 하나 없이도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것과 비교할 때 '브레인'의 시작은 이래저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