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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선보이는 정통 메디컬 드라마 '브레인'은 전반적으로 설익은 느낌이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 천하대 의대를 졸업한 2년차 신경외과 전임의로, 뜨거운 욕망으로 가득찬 이강훈(신하균)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와 달리 환자들에게 지극정성인 이상적인 의사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이강훈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자신을 늘 못마땅해하며 사사건건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결국 김상철이 이강훈의 진정한 멘토가 된다는 진부한 설정을 깔아놓았다. 이를 두고 '현대판 허준'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또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온 이강훈의 성공에 대한 집착은 김명민이 주연을 맡았던 '하얀거탑'의 장준혁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여기까지가 진지한 코드였다면 느닷없이 코믹적 요소가 가미돼 드라마의 정체를 불분명하게 만들었다. 개그맨 송준근이 카메오로 출연해 KBS2 '개그콘서트' 속 코너인 '생활의 발견'을 패러디한 것이다. 감초 역할을 위해 열연을 펼쳤지만 억지 웃음을 유발하는 엉뚱한 설정이 되레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코믹적 요소가 적절히 녹아들어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던 MBC '종합병원2'이나 SBS '외과의사 봉달희'를 일부 따라한 듯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브레인'은 첫회에서 실감나는 뇌수술 장면을 선보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리얼리티는 모든 의학드라마가 추구하는 가치이다. 여기에 인간의 생명을 다루면서 휴머니즘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를 드라마의 경쟁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브레인'은 첫 주 방송에서 8년만에 지상파 드라마에 복귀한 신하균의 출중한 연기력만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을 뿐, 그동안의 의학드라마와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얀거탑'이 그 흔하디흔한 멜로라인 하나 없이도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던 것과 비교할 때 '브레인'의 시작은 이래저래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김명은 기자 dram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