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철민 "영화 '투혼'을 본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할 겁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0-30 17:02


배우 박철민. 스포츠조선DB

"투혼이 있는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겁니다. 그러려면 영화 '투혼'을 꼭 봐야 해요."

박철민의 '호언장담'에 귀가 솔깃해진다. 때는 바야흐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기간. 영화 '투혼'을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박철민의 이야기는 이렇다. 야구든 영화든 인생이든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그게 바로 '투혼'이라는 것. 영화 '투혼'에서 롯데 자이언츠의 2군 감독으로 변신한 박철민은 고물투수가 돼버린 왕년의 슈퍼스타 윤도훈(김주혁)의 재기를 도우며 진한 웃음과 감동을 책임졌다. 관중이 덜 든 경기도 누군가에겐 최고의 명승부가 될 수 있듯, 예상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어도 영화 '투혼'을 본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
영화 '투혼'의 박철민. 사진제공=레몬트리

영화 '투혼'의 박철민. 사진제공=레몬트리
타이거즈 팬, 거인을 가슴에 품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역색을 버릴 수 없는 게 바로 '정치'와 '야구'다. 그런데 박철민은 그 벽을 넘었다. 해태-기아 타이거즈의 팬인 그가 롯데 자이언츠를 마음에 품게 된 것. "제가 출연했지만 '투혼'을 보면서 엄청 울었어요. 통속적일 수 있는 휴먼스토리인데도 뭉클하게 잘 그렸어요. 영화 촬영도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죠. 야구를 실컷 할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롯데는 저에게 제2의 구단입니다." 촬영 중 대기하는 시간에도 트레이너들과 혹독하게 야구 훈련을 했다. 크랭크업 때까지 그랬다는데, 힘들기는커녕 "촬영 시작합니다. 훈련 그만하세요"라는 말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고. "열심히 달려가서 날아오는 공을 역모션으로 잡으면 얼마나 짜릿한지 아세요? 영화에선 제가 홈런 치는 장면과 2루타 치는 장면이 있어요. 홈런 장면은 편집됐지만, 둘 다 진짜로 제가 친 거예요. 절대 CG가 아닙니다. 하하."

현장에 있던 스태프, 야구관계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그 실력은 사회인야구 리그에서 빛을 발했다. 박철민은 영화 '스카우트'에서 만난 김현석 감독과 '비광 야구단'을 이끌고 있다. 주전이자 감독이다. "'투혼' 찍고 나서 올해 7월까지 18타수 14안타를 쳤어요. 타율이 7할이에요. 프로야구로 치면 5할5푼 정도 되죠. 우리팀 선수들이 기가 막혀 하더군요."

특강이나 인터뷰에서 박철민에게 생애 최고의 작품, 아쉬운 작품을 물으면 모두 '스카우트'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제 '투혼'을 추가할 생각이다. "매력 없는 영화는 절대 성공하지 않아요. 하지만 잘 만들어진 영화가 다 흥행하는 것도 아니죠. 그런 의미에서 '투혼'도 '스카우트'도 아까운 영화예요. 더 늦기 전에 '투혼'을 많이 찾아주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분명!"


영화 '투혼'의 박철민. 사진제공=레몬트리
소문난 효자? 부모님 모시지 못해 안타까워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이제 수능시험 시즌. 20대 중반에 일찌감치 결혼한 박철민도 고3 수험생 딸의 아버지다. 긴장되지 않으냐고 물으니 "그건 그 녀석의 일"이라며 태연해한다. "아이들의 학업 향상을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뜨거움, 할아버지의 재산. 마지막을 빼고는 다 충족됐으니까. 하하. 그리고 성실하게 열심히 하니까 믿어주는 거죠." '무관심'을 담당했다는 건 오직 공부에만 해당되는 얘기다. 평상시에는 '놀이' 담당으로,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를 경험과 스킬로 두 딸에게 전수했다.

"역시 딸이 최고예요. 저만 봐도 알아요.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건 큰누나, 여동생이에요. 아들은 그렇게 못해요." 뜻밖의 얘기에 소문난 효자 아니냐고 물으니 박철민은 손사래까지 친다. 몇몇 방송 프로그램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보였던 것 때문에 효자로 오해를 산 거라고 '해명'도 한다. "어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약간의 신경성 치매가 있으세요. 그후로 아버님과 함께 서울로 모셨죠. 하지만 한집에서 같이 사는 건 아니에요. 2~3분 거리에 집을 얻어서 가족들과 수시로 찾아뵙고 있어요." 어느 기사에서 박철민을 치매 부모를 모시고 사는 배우로 칭찬을 한 걸 보고 그렇게 마음이 무거울 수가 없었다고 했다. 한집에 모시지 않는 데다 자신은 불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 모시는 것과 몸으로 모시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예요. 저에겐 과도한 칭찬입니다. 결국 효도도 버릇이고 적응 같아요. 하다보면 더 커지고, 안 하면 한없이 작아지죠. 그래서 저는 지금도 노력 중이에요. 힘들 때, 답답할 때 부모님 얼굴 한번 보면 힘이 나고 위안이 됩니다. 이제야 효도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아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배우 박철민.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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