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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스타들이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는?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10-27 16:03


'티끌모아 로맨스' 스틸. 사진제공=인디스토리

영화 '바비' 스틸. 사진제공=인디컴미디어

영화 '페티쉬' 스틸. 사진제공=스폰지

영화 '짐승의 끝' 스틸. 사진제공=한국영화아카데미

영화 '평범한 날들' 스틸. 사진제공=인디스토리

영화 '누나' 스틸. 사진제공=영화제작소 정감

'아니, 톱스타가 저런 작은 영화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화제작 대신 작지만 의미있는 저예산 영화를 선택하는 스타들이 늘고 있다.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하기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아니더라도, 유명세가 크지 않거나 첫 연출에 나선 감독들의 작품에서도 이름 있는 스타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11월 개봉하는 '티끌모아 로맨스'에는 한예슬과 송중기가 출연한다. 이 영화는 메이저 영화 못지 않은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사실 대표적인 '작은 영화'다. 제작사는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해온 인디스토리, 배급사는 중소영화와 예술영화 전문인 필라멘트 픽처스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13억원 정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성격과 제작사 규모를 고려하면 높은 편이지만, 상업영화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톱스타 한예슬과 송중기가 이 영화를 선택했다. 한 관계자는 "두 배우 모두 저예산이라는 것에 대한 걱정이나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많은 작품들로부터 캐스팅 제안이 왔지만, 기존에 해보지 못한 캐릭터와 시나리오상의 디테일한 표현들이 마음에 들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신인 김정환 감독이 직접 갱을 쓴 '티끌모아 로맨스'는 2010년 영진위 기획개발 선정작이기도 하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인 이천희와 김새론도 의외의 선택을 했다. 가난 때문에 미국으로 입양 가는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바비'를 통해 연기 변신을 했다. 김새론의 동생 김아론도 출연했다. 1000만원 미만의 극저예산 영화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등을 만든 '독립영화의 도깨비' 이상우 감독이 1억에 달하는 '거액'을 쏟아부어 만든 영화로, 김새론-김아론의 어머니는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단박에 출연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천희도 두 아역배우도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바비'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됐는데, 600개의 좌석을 모두 매진시키며 큰 호응을 얻었다.

김석훈, 서영희, 조성하, 걸그룹 걸스데이의 지해도 저예산 영화에서 만났다. 폭력에 노출된 도심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10개의 에피소드로 그려낸 스릴러 영화 '온전한 도시'다. 신인 김문흠 감독의 첫 장편영화로, 2011년 전주영상위원회 인큐베이션 사업 장편부문 당선작이다. 이 영화의 한 출연배우는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바쁜 스케줄 중에도 욕심내서 영화에 출연했다"고 말했다.

톱스타 송혜교 또한 지난해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로 외국인 배우들과 색다른 연기를 펼쳤다. 송혜교의 이름값에 맞지 않게 개봉된 이 영화를 본 관객은 872명에 불과하다. 많은 개봉관을 잡지 않았고, 홍보도 크게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혜교 자신은 '새로운 시도'로 작품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최종병기 활'로 75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배우' 박해일의 필모그라피에도 독립영화 '짐승의 끝'이 올라 있다. '짐승의 끝'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작비가 5000만원 밖에 들지 않았지만 밴쿠버국제영화제, 로테르담국제영화제 등에 진출했고, 독일에도 수출됐다. 뉴질랜드의 한 영화사에선 리메이크 제안을 받았다.

'위험한 상견례' 이후 소속사와 갈등을 겪으며 공식 활동을 중단했던 송새벽은 이난 감독의 독립영화 '평범한 날들'로 지난 9월 대중들 앞에 돌아왔다. '방자전'을 끝내고 상업영화 첫 주연작인 '위험한 상견례' 촬영을 들어가기 전에 작업한 첫 독립영화다. 시나리오만 보고 선택한 송새벽의 판단대로,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두바이국제영화제, 타이페이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난 감독을 위해 봉준호 감독, 가수 강수지, 유희열, 윤종신, 배우 채정안, 디자이너 김재현 등이 제작비를 보탰다.


이처럼 '작은 영화'로 간 배우들은 '시나리오의 매력'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작품성이 영화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늘 하던 연기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픈 배우들의 욕구가 가장 큰 동기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주제와 장르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다양한 역할을 시도하면서 연기의 폭과 경험을 넓힐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하고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천데렐라' 캐릭터로 착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천희는 영화 '바비'에서 어린 조카를 때리고 해외에 팔아먹는 폭력적인 삼촌을 연기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크게 호평받았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에는 결정적 난관이 있다. 대작들의 틈바구니에서 개봉관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 마케팅 비용도 부족해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제한돼 있다. 성유리가 출연한 영화 '누나'는 2010년 여름에 촬영을 마쳤지만 아직 개봉을 못하고 있다. '누나'는 10월에 열린 서울기독교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첫 상영을 가졌다. 성유리는 폐막작의 주인공이자 영화제의 홍보대사 자격으로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성유리의 소속사 관계자는 "성유리가 노 개런티로 출연할 만큼 같한 애정을 갖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아직 개봉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해 많이 아쉬워한다. 하루 빨리 관객들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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