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대작 '계백'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첫 전파를 탄 MBC 드라마 '계백'은 10% 초반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와 '천일의 약속'에 잇따라 월화극 1위 자리를 내줬다. '100억짜리 졸작'이란 말까지 나온다. 방송 전 '계백'은 MBC 드라마 '선덕여왕'과 비교되며 화제 몰이를 했다. 특히 사택비(오연수)는 '선덕여왕'의 미실(고현정)을 뛰어넘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청률 40%를 넘기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실과 달리, 사택비는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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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강함이 대놓고 드러나는 강함보다 더 강해 보이는 법. 시청자들은 매회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라고 강조하는 듯한 사택비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사택비의 과도한 화장이 도마 위에 올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사택비는 '누가 봐도 악역'인 외양 탓에 뻔하디뻔한 캐릭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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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너무 컸다. 하지만 '1탄을 뛰어넘는 2탄은 없다'는 속설만 다시 확인시켜준 꼴이 됐다. '선덕여왕'을 통해 강한 울림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비슷한 자극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았다.
오연수는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미실과 사택비는 같은 역할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비교가 될지 모르겠지만 역사적 상황과 인물, 연기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택비 캐릭터는 '또 다른 재미'를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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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택비에겐 비담이 없다
미실에겐 든든한 조력자가 있었다. '선덕여왕'의 비담(김남길)은 미실의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선덕여왕'에선 모자 관계인 미실과 비담의 심리 변화가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다. 미실은 비담과의 관계를 통해 어머니로서의 '의외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었다. 미실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는 데 있어 비담은 없어선 안 될 인물이었다. 김남길은 비담 캐릭터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사택비에겐 이런 조력자가 없다. 극 초반엔 무진이 그 역할을 했지만 방송 7회만에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애초 차인표는 특별 출연의 형식으로 이 드라마에 출연했다. 방송 초기 무진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지만, 극 전개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사택비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 줄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야 할 터. 하지만 현재로선 그럴만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
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