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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저씨'들하고 더 친해요. 저도 서른 살인걸요."
송혜교도 올해 서른. 외모에선 시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본인은 "이제 나도 나이 먹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웃었다. "촬영장 내 인기도에서도 아역배우 남지현에게 밀렸다"는 충격 고백(?)이 이어졌다. "지현이가 워낙 살갑게 잘하는 스타일이에요. 여자 스태프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이니까 지현이랑 나이가 더 가깝기도 했고요. 저는 주로 촬영기사, 조명기사, 음향기사 등 아저씨들과 친했죠.(웃음) 나중에는 휴식시간에 제가 먼저 그분들께 다가갔고요.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요."
열일곱 풋풋한 남지현을 보며 어릴 적 데뷔했던 자신의 모습도 생각났다. "그때의 저보다는 더 똑똑하고 연기도 잘하는 것 같은데···.(웃음) 지현이는 그 나이 또래같이 천진해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너무 어른스럽죠. 초반에 좋은 연기가 나오는 스타일도 저랑 비슷해서 잘 맞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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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송혜교는 그동안 바빴다. 미국 독립영화 '페티쉬'와 옴니버스영화 '카멜리아'를 완성했고, 2009년 12월부터 2년째 수시로 중국을 오가며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찍고 있다. 행보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페티쉬'와 '카멜리아' 둘 다 소재가 너무 특이하고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욕심이 났어요. 놀면 뭐하나 싶기도 했고.(웃음) 그리고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히트한 작품으로만 배우를 기억하고 그 이미지를 반복해 쓰려는 경향이 아쉬웠거든요. 몰랐던 이미지를 눈으로 검증해 보여줘야만 새로운 걸 할 수 있으니까요."
조만간 중국으로 또 한번 건너갈 예정이다. 바쁜 탓에 외로울 틈도 힘들 틈도 없다는 설명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두 차례의 공개연애 후유증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시기도 지난 것 같아요. 내 나이 또래 여자들이 하는 걸 똑같이 한 것이기 때문에, 저를 그냥 서른 살 평범한 여자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정말 꾸준히 일을 하고 있어서인지 외로워할 여유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용서? 받는 사람도 준비가 필요하다.
'오늘'은 용서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 '다혜'는 약혼자를 죽인 소년범을 용서한다. 하지만 용서를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만난 범죄피해자 유가족들은 다혜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들의 섣부른 용서를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년범이 또다시 살인을 했다는 소식에 다혜는 혼란과 절망에 빠진다. "용서의 참 의미,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등 처음 생각해보게 된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요즘 성폭행이나 범죄 관련 보도들을 보면 남 일같지 않아서 끝까지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송혜교는 분노와 슬픔을 안으로 삭이는 다혜의 모습을 절제된 연기로 표현했다. 마지막에 성당의 신부에게 격한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은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다. "성숙해졌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까 기분은 좋은데, 조금 아이러니이기도 해요. 저는 예전의 연장선상에서 연기를 했던 것 같거든요. 전에는 그렇게 연기를 못했나 싶기도 하고.(웃음)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겠죠. 저도 그렇고요."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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