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원의 개그야그] 야신(野神)은 영원하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08-23 12:58 | 최종수정 2011-08-23 12:59


지난주 한국 프로야구에 일대 지갗동이 있었다. 야구 비인기 지역이었던 인천 연고 팀을 포스트 시즌에 네 번 진출시켜 세 번 한국 시리즈 우승의 금자탑을 세운 야신(野神) 김성근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다. 물론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구단을 떠나겠다는 김 감독의 발언이 있었지만 그 다음날 바로 경질됐다는 것은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일사천리로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이야….

김 감독과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옛고사 성어가 떠오를 것이다.

'토사구팽'.

사냥이 끝나고 나면 사냥했던 사냥개를 잡아먹는다. 예전 모 정치 원로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역시나 팬들의 실망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경기 도중에 그라운드에 난입하고 물병을 투척하며 경기를 방해했고, 끝내 경기 후 경기장에 내려와 유니폼을 불 지르고 공을 훔쳐가는 일대 무법천지를 연출했다.

김성근 감독을 사랑하고 한국 프로야구를 걱정하는 심정은 100% 이해하지만 어떠한 일이 있어도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은 김 감독을 두 번 죽이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프로야구 30년이면 벌써 성인이 되고도 중년에 접어드는 나이이다. 성숙된 모습을 보이고 책임을 질 충분한 시기이다. 또 한편으로는, 프로야구의 주인은 팬과 관중인데 그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구단 측의 행동 또한 상당한 잘못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다 하더라도 팬들과 그 분이 이루어놓은 업적에 조금은 밸런스를 맞추는 행동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열 두 번 짤렸다는 김감독의 이야기를 듣고 왠지 남의 이야기가 아닌 것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연예인들도 프로그램에서 다음날부터 안 쓰면 바로 실직이다. 말이 좋아 자유 직업이지 어찌 보면 하루하루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일용직인 것이 분명하다.

우승을 거의 못하는 구단은 감독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한다. "돈은 얼마를 써도 좋으니 우승 한번 해주십시오."

그러다가 김 감독의 구단처럼 우승을 많이 하다보면 이내 이야기가 급 바뀌게 된다. "돈 좀 아껴가면서 우승하면 안 되겠습니까?"

화장실 갈 때와 화장실 나올 때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또 한 번 입증시켜 주었다. 역시나 타 구단보다 해외 전지 훈련량도 많고 프런트 코치진도 많은 김감독의 스타일이 분명 구단 측에서는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리더가 바뀌고 경제적으로 운영하면서 과거처럼 허구헌날 꼴찌를 달린다면 구단에선 또 다시 김감독 스타일을 원하고 그렇게 바뀌어진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물은 엎질러 졌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물은 흘러가고 역사는 흐르기에 야구는 계속 이어진다.

김감독은 당분간 해외에서 머리를 식힌다고 한다. 오히려 그 분에게 좋은 충전시기가 될 수 있고, 4년 동안 만신창이가 되었던 몸을 다스릴 필요도 있다.

명장은 명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연예인도 실력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다시 나오게 되고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게 된다.

김성근 감독은 그 가치를 숫자로 환산할 수없는, 한국프로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발전시킨 주인공으로 그야말로 야구의 신, 야신인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초대형 감독들이 어느 구단과 계약할 지 초미의 관심사이다.

김성근 감독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멋있는 야구를 하며 지는 것보다 조금 덜 멋있는 야구하면서 이기는 것이 좋다."

역시 스포츠는 결과이다. 쩝…. 근데 필자는 멋있는 말도 못하고 실력도 그렇고…. 술에 대해서는 조금 강한데….

앗 갑자기 멋진 말이 떠오른다….

"인간의 몸은 나약하지 않다."

오늘도 한잔….ㅋㅋ.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