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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주변에서 띄워줘서, 혼자 가라앉히고 있어요."
"너무 씩씩하면 오버인 것 같아"
"시각장애인 연기의 디테일, 제가 살렸어요!"
"연기에 몰입이 되는 순간부터는 보이지만 안 보이는 게 됐어요." 배우가 아니면 불가능한 체험일 듯하다. "수아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눈을 뜨고 있지만 덮는 게 가능했어요. 그 대신 눈 이외의 모든 감각을 굉장히 곤두세웠어요. 진짜 시각장애인들이 그렇듯이…. 저는 스스로 생각할 때 '블라인드' 초반에 수아가 경찰대 교수님을 만나러 간 장면이 참 좋았어요. '경찰대에 복학하고 싶다'고 하니까 교수님이 안경을 탁 내려놓는데, 그 때 제 눈보다 귀가 먼저 확 열리는 게 느껴졌거든요. 소리 나는 쪽으로 귀부터 움직인 거예요. 화면에도 그게 잘 잡혔고요. 그래서 제가 감독님한테 '이런 게 바로 살아있는 디테일이에요. 정말 좋지 않아요?'라고 감동해서 막 이야기했어요." 부담이 컸던 시각장애인 연기에서 이런 만족을 얻은 것은 의외였다. "부담은 당연히 됐죠. 관객들이 시각장애인 아닌 티가 어딘가에서 분명 날 것이라고 온 신경을 곤두세울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디테일이 살았잖아요. 하하."
머리 뽑히고 타박상 생기는 건 '당연'
'블라인드'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상당히 빨리 공개한다. 영화의 대부분은 얼굴이 이미 드러난 범인과 목격자 수아(김하늘), 기섭(유승호)의 심리전과 추격으로 채워진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수아가 범인과의 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스릴을 준다. 막판에는 육탄전까지 벌어진다. 김하늘은 "범인 역을 맡으신 분이 너무 리얼하게 연기를 하셔서 겁이 많이 났다"며 "원래 배우들은 알콩달콩 친밀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과는 친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그분과는 촬영장에서도 일부러 떨어져 있었다"고 고백했다. 액션 연기는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고되다. "액션이 있으니 머리카락이 뽑히고 타박상 입는 정도는 기본이죠. 그런데 정말 저하고 제 대역 하시는 분을 너무 세게 밟고 내동댕이치셔서 막 울었어요. 워낙 몰입하셔서 그런 건데, 나중엔 미안해 하시더라고요." 김하늘 뿐 아니라 유승호도 악역 배우와 촬영하다가 꽤 부상을 입었다고. 김하늘은 "저희들은 관객이 지금처럼 재밌게 봐주시기만 하면 조금은 다쳐도 괜찮아요. 하지만 조금은 저희 고생도 생각해주세요"라며 애교스럽게 웃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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