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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의 촬영 거부 후 돌연 미국행 그리고 24시간 만에 다시 귀국길….
시청자들은 한예슬의 무책임한 행동에도 놀랐지만 방송사와 제작사의 안이한 태도에도 놀랐다.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한예슬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예슬 사태가 제작진과 배우들의 희생을 자양분 삼아 생방송에 가깝게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충격요법으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랫동안 묵혀둔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의 추이에 민감한 방송 현실과 '로드 넘버원' '파라다이스 목장' 등 그간의 실패 사례에 비춰 완전한 사전제작은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방송 분량을 확보하고 방영에 들어가는 '반(半) 사전제작'은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 해야 한다. 또 편성과 제작투자, 인프라 구축 등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충분히 가져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과 예산 낭비를 줄이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사전제작을 과감히 시도하는 뚝심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곧 드라마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한예슬이 돌아오고 난 후부터가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 '한예슬 사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빠른 시일 안에 토론의 장을 마련해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으로 반영해 문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아슬아슬하게 강행군을 하고 있는 드라마 현실을 또다시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한예슬이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