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예슬 사태' 열악한 드라마 제작현실 개선하는 계기될까?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13:47 | 최종수정 2011-08-17 15:25


'스파이 명월'의 한예슬. 사진제공=이김프로덕션

이틀간의 촬영 거부 후 돌연 미국행 그리고 24시간 만에 다시 귀국길….

일명 '한예슬 사태'가 3일 천하로 막을 내리고 있다. 내내 지적 받았듯이,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예슬의 '드라마틱한' 행보는 개인 캐릭터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국내 드라마 제작 현실의 어두운 면을 극단적 형태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한예슬의 빈 자리는 사상 초유의 결방 사태까지 빚었다. 아무리 주연이라지만 배우 한 명이 촬영에 불참했다고 당장 내보내야 할 방송이 펑크가 난다는 건, 웃지 못할 '희대의 촌극'이자 용서 받을 수 없는 '참사'다. 방송사와 제작사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는 상당 부분 그 자신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결방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건 돌발상황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도 마련해 놓지 않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한예슬의 무책임한 행동에도 놀랐지만 방송사와 제작사의 안이한 태도에도 놀랐다.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한예슬에게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예슬 사태가 제작진과 배우들의 희생을 자양분 삼아 생방송에 가깝게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현실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방송가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충격요법으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오랫동안 묵혀둔 '과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의 추이에 민감한 방송 현실과 '로드 넘버원' '파라다이스 목장' 등 그간의 실패 사례에 비춰 완전한 사전제작은 어렵더라도, 어느 정도 방송 분량을 확보하고 방영에 들어가는 '반(半) 사전제작'은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 해야 한다. 또 편성과 제작투자, 인프라 구축 등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충분히 가져 실제 촬영에 들어갔을 때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시간과 예산 낭비를 줄이도록 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때론 사전제작을 과감히 시도하는 뚝심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곧 드라마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진다.

16일 KBS 고영탁 드라마국장은 "그나마 주말드라마나 일일드라마는 상황이 많이 개선돼 휴식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한 미니시리즈는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면서도 "드라마 제작 현실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겠다. KBS가 중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다"고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번 만큼은 공염불이 되지 않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다.

한예슬이 돌아오고 난 후부터가 어쩌면 진정한 의미에서 '한예슬 사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빠른 시일 안에 토론의 장을 마련해 대안을 모색하고 정책으로 반영해 문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아슬아슬하게 강행군을 하고 있는 드라마 현실을 또다시 외면한다면 제2, 제3의 한예슬이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