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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수, "죽을 때까지 영화 100편 찍고 싶다"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6:53


'고지전'에서 한층 넓어진 연기 폭을 보인 배우 고수.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10년 넘게 연기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요."

심하게 얘기하면 '잘생긴 것 빼면 시체'였던 고수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여전히 잘생겼지만 진정한 '배우'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터운 드라마 필모그래피에 비해 영화에선 별로 볼 수 없던 고수가 주연을 맡은 '고지전' 개봉 이후의 이야기다. 고수뿐 아니라 신하균 및 여러 명품 조연들의 열연에 힘입어 '고지전'은 300만명을 향해 순항중이다. 지난해 '초능력자'의 약간 모자란 듯한 모범청년에서 전쟁의 광기가 가득한 전사까지, 불과 1년 안에 극과 극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고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죽을 때까지 영화 100편 찍고 싶다

연기일 뿐이라곤 해도, 거친 욕설을 망설임 없이 내뱉고 적군에게 총질을 하는 고수의 모습은 익숙하지 않다. 고수는 "'이미지 변신' 같은 차원은 아니었어요. 변신해야지 하고 확 바꾼 게 아니라, 지금은 제가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와 달라진 점이 많아요. 로맨스를 주로 했던 과거의 연기도 지금 하면 옛날 모습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10여년 동안 보고 배운 것이 자신의 폭을 넓혔다는 이야기다. "늘 똑같은 역이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 제 내면도 조금씩 경험이 쌓이고 성장하는 걸 느껴요. 그런데 1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이에요. 죽기 전까지 영화 100편을 찍고 싶어요. 그렇게 하면 저도 걸음마는 좀 넘어섰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던 고수의 '야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연기만 하면서 성장할 수는 없다. "휴식도 필요해요. 일상생활을 통해서 새로운 사고가 생겨나는 거니까요. 지금이 그 시점인 것 같아요."

고수의 만행(?), "진짜 강요한 건 아니었는데…."

매사 진지해 보이는 고수는 엉뚱하고 코믹하기도 하다. 전쟁영화 '고지전'을 찍으면서 배우들이 한 고생담은 이미 수 차례 나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수가 저지른 만행(?)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고지전'에 함께 출연한 고창석은 "매일 너무 힘든 촬영이었는데, 고수가 유일한 휴일에 산에 오르자는 제안을 해서 기겁을 한 적이 있다"고 기자에게 밝힌 바 있다. 그렇지 않아도 매일 산에서 뛰느라 힘든데 굳이 휴일에까지 산에 가자고 했다는 것. 고창석은 "결국 나는 안 간다고 했고, 극중 '악어중대' 대원 몇 명만 갔다. 하여간 고수의 휴식은 일반인과는 다르다"며 웃었다. 고수는 이 폭로에 대해 "아니, 다들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는데…"라며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그냥 산 공기가 좋고 해서 가자고 했던 거고요, 정말 강요한 건 아니었어요.(웃음) 다들 체력이 안 좋긴 했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니까요."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제가 극중 상사잖아요. 중대원들이 상사 예우 차원에서 가 준 건가?"라며 웃었다. 고수는 촬영 중 산을 아무리 타도 또 머리를 식히느라 산에 가는 특이한 남자다.

"한가한 때 즐기는 건 퍼즐과 커피"

'고지전'을 마치고 재충전 시간을 갖고 있는 고수의 일상이 궁금한 팬들도 많이 있다. 고수는 "집에서 딱히 하는 일이 없어요"라는 빤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저는 일하지 않을 때는 규칙적으로 살려고 해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또 집 정리정돈도 잘 하고, 직접 걸레질도 열심히 해요. 사는 공간을 깨끗이 만드는 일상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일상에서 규칙과 정돈을 중시하는 것은 배우라는 직업상 일할 때는 무한히 불규칙적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에도 비를 맞으면서 진흙탕 굴러야 하니까요. 또 촬영 중에는 24시간 날카로운 감성을 놓지 말아야 하고요. 그렇게 살다 보니 평소엔 어두울 때 자고 밝으면 일어나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어져요." 최근 재미를 붙인 것은 퍼즐이다. 여유가 있는 만큼 퍼즐을 펼쳐 놓고 기한을 두지 않은 채 맞추고 있다. "머리가 복잡하거나 잠이 안 올 때 참 좋아요. 벌써 500조각짜리 하나는 맞췄고, 지금은 1000조각짜리에 도전중이에요. 아침에 머리가 가장 좋은지 제일 잘 돼요. (웃음)" '고지전' 현장에선 커피에도 맛을 들였다. "산 속에서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문명의 이기가 드립 커피였어요. 원두를 갈아서 끓이고 커피를 우려 먹는 재미를 그 때 알았죠. 새로운 것에 눈뜨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무표정과 밝은 표정 모두 다른 느낌을 갖고 있는 고수.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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