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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의 '메모리(Memory)'는 전 세계의 모든 가수들이 욕심내는 곡이잖아요. 아주 오래 전부터 불러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강조했다. 갓 데뷔한 신인처럼 눈이 반짝였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제는 깨어나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뮤지컬 출연과 더불어 MBC '나는 가수다'에 도전장을 내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순이가 나서는 '나는 가수다'는 21일 첫 방송을 탄다.
인순이는 사실 경력있는 뮤지컬배우다. 10년 전인 2001년 뮤지컬 '시카고'의 벨마 역으로 데뷔한 뒤 2009, 2010년 공연 때도 수준급의 연기력을 보여줬다.
인순이가 '그리자벨라'에 발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최적의 캐스팅'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혼혈가수로서 온갖 삶의 풍상을 겪은 그녀야말로 한 많은 그리자벨라에 딱 어울린다는 선입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사실 '거위의 꿈'을 부를 때도 그랬어요. 주위에서 다 '역경을 견뎌낸… ' 뭐 이런 맥락에서 보시는 거예요.(웃음) 그런 시각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아파보고 힘들어봤기 때문에 뭔가를 내놓을 수 있고, 그래서 누구 한 명에게라도 감동을 줄 수 있다면 그또한 나의 힘이고 기쁨이라고 생각해요.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고, 부정을 긍정으로 바꾸는 거죠." 긍정과 장점을 이야기할 때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팍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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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자벨라는 배우들끼리 농담삼아 '거저 먹는 역'이라고들 한다. 1, 2막에 각각 한두번씩 나와 '메모리'를 부르는 게 다이기 때문. 하지만 이 '메모리'가 어떻게 객석에 전달되느냐가 이 작품의 성패를 가름하기에 부담은 백배다.
"가사와 음높이, 박자는 그리 문제가 안된다고 생각해요. 소리가 깨끗하게 나올 필요도 없어요. 이건 그냥 내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는 심정으로 진실함을 담는게 포인트라고 할 수 있죠."
'메모리'는 지난 삶의 화려함과 회한, 후회를 떠올리며 그 기억들로부터 남은 인생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연습때 한 번 부르고 나면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녀가 힘들 때 용기를 주는 '메모리(기억)'는 무엇일까.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면서 느꼈던 자유로움…? 그때가 가장 좋았어요. 저의 낙원이었죠."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