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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게이머도 수술을?' KT 이영호 수술대 오른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8-12 11:57


이영호

'프로게이머도 직업병을?'

스포츠 선수들은 격렬한 신체 활동을 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협에 늘 시달리고, 크고 작은 수술과 재활을 통해 다시 복귀하기도 한다.

이에 반해 마우스를 움직이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대부분인 프로게이머에게 부상은 어울리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기존 스포츠 관계자들이 e스포츠를 좀처럼 같은 부류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은 두뇌만 쓸뿐 별다른 근육 활동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일이 발생했다. 현역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가운데 최고의 스타플레이어인 KT롤스터의 이영호가 팔 치료를 위해 결국 수술대에 오르기로 한 것.

이영호는 지난 3월부터 마우스를 쓰는 오른손의 손목통증을 호소했고, 수차례의 MRI 촬영 결과 요골신경 포착증후군이 발견돼 신경감압술 시술이 시행될 예정이다.

요골신경이란 목에서 어깨를 거쳐 손목으로 신경을 보내는 기관인데, 이영호의 경우 중간 삼두박근 근육이 신경을 누르고 있어 신경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분석된 것. 따라서 소속팀 KT에선 이 부위 최고 전문의와 재활센터를 섭외해 지속적인 병원치료 및 재활훈련을 실시했고, 전담 트레이너까지 동반해 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처럼 병원치료와 재활훈련으로도 선수생활을 유지할 순 있으나 무리한 경기일정에 따라 연습량이 증가되면 통증을 수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최근의 병원 진단 결과에 따라 통증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수술을 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KT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영호는 19일 열리는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 결승전에서 소속팀의 주축 선수로 뛰어야 하는데다, 현재 진행중인 '진에어 스타리그' 8강전에 진출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지에 따라 다음달 초 모든 대회 일정이 끝나는대로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이영호는 "한 때 마우스를 잡기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구단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병원치료 및 재활치료를 한 결과 상태가 호전되긴 했으나 여전히 통증이 심하다"며 "앞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수술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수술 후 재활에는 약 30~40일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영호는 꾸준한 재활치료 및 관리로 다음 시즌에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기존에도 만성적으로 손목이나 팔 근육 통증을 호소하는 선수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큰 무리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이영호는 이제 19세로 어린 나이에다, 향후 10년 이상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수술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영호의 사례로 인해 프로게이머도 부상의 위협에 노출돼 있고,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알려진 셈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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